연일 계속되는 찜통 더위로 전력 수급에 비상이 걸린 가운데 발전용량 100만㎾급의 원전인 영광 6호기가 전력공급 계통 고장으로 멈춰섰다. 다음달 중순 전후로 예상되는 올여름 전력피크기를 앞두고 대용량 발전능력을 갖춘 신형 원전 가동이 중단되면서 정부의 전력관리 시스템에도 구멍이 뚫리게 됐다.

◆영광 6호기 재가동 시기 아직 미정

한국수력원자력은 30일 오후 2시57분께 영광원전 6호기가 자동으로 발전정지 상태가 됐다고 밝혔다.

한수원 측은 “원자로 핵분열을 제어하는 제어봉 구동장치 전원공급계통 고장으로 제어봉이 낙하해 원자로 내에 삽입되면서 자동 정지된 것으로 일단 파악됐다”며 “전원장치 고장 원인에 대한 상세한 조사가 진행 중”이라고 전했다. 이어 “이번 고장은 국제원자력기구(IAEA) 사고 고장 ‘0 등급’에 해당하는 것으로 발전소 안전성에는 아무 영향이 없으며 외부로의 방사능 누출 위험도 없다”고 덧붙였다.

한수원은 원자력안전위원회 조사 결과가 나오는 대로 발전을 재개할 계획이다. 한수원 측은 “위원회 조사가 얼마나 걸릴지는 알 수 없다”며 “위원회 조사가 끝나면 하루 만에 발전을 재개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영광 6호기는 2002년 12월 첫 운전을 시작했다. 가동 연수가 10년이 지난 신형 원전에 속한다.

영광 6호기는 지난 4월 원자로냉각재 방사능 준위가 상승하는 핵연료봉 결함으로 특별관리를 받기도 했다. 하지만 당시 조사 결과 핵연료봉에 들어 있는 세슘과 아이오딘(요오드) 농도가 허용치의 500분의 1 정도에 그쳐 문제가 없는 것으로 판명돼 계속 정상 가동됐다. 2008년에는 제어봉 위치 전송기 고장으로 자동으로 발전 정지됐다가 이틀 만에 재가동된 적도 있다.

◆8월 중순 이후 전력난 악화 우려

올 들어 고리 1호기, 월성 1호기 등 가동된 지 30년 지난 노후 원전들이 부품 교체 및 전력공급 중단 사고로 잇달아 멈춰선 데 이어 신형 원전까지 고장나면서 당장 올여름 전력수급에 비상이 걸렸다. 영광 6호기의 고장 원인 규명이 늦어지면 재가동 시기가 올여름 전력피크로 예상되는 8월 셋째~넷째주 이후로 지연될 수 있어서다. 전력거래소는 이 시기 예비전력이 140만㎾대(예비율 1.3%)까지 떨어질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다행히도 이날 오후 전력수급은 산업계가 본격적인 휴가시즌에 돌입하면서 수요가 크게 감소, 비상상황이 발생하지는 않았다. 영광 6호기 고장 직후인 오후 3시30분 예비전력은 586만㎾(예비율 8.42%)로 안정권을 유지했다. 지식경제부는 “영광 6호기 고장이 장기화할 경우 예비전력이 100만㎾ 빠지는 것이어서 당장 다음주부터 전력수급이 빠듯해질 것”이라며 “구체적인 고장 원인 규명과 조속한 가동 재개에 주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정호 기자 dolp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