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보(御寶)는 왕실의 권위를 상징하는 도장이다. 책봉(冊封)이나 국장(國葬) 등 국가의례 때 왕과 왕후, 왕세자, 왕세자빈, 빈(嬪) 등 해당 주인공에게 바쳐졌다. 주인공 사후 종묘 신실에 영구히 모셔져 왕실과 국가를 지키는 상징이 됐다.

조선시대 어보를 한자리에서 볼 수 있는 전시회가 열린다. 국립고궁박물관은 내달 1일부터 9월30일까지 ‘왕의 상징, 어보(御寶)’ 특별전을 개최한다. 지난 6개월간 전시실을 보수·개편한 고궁박물관의 재개관 기념전이다.

이번 특별전은 크게 조선의 어보, 어보와 국가의례, 어보의 제작과 봉과(封裏·운반을 위해 어보를 싸는 과정), 어보의 봉안을 주제로 총 229점의 관련 유물을 전시한다. 특히 세조의 만수무강을 빌고자 혜각존자(慧覺尊者) 신미(信眉) 등이 상원사를 중창하면서 지은 권선문(국보 제292호)과 여기에 찍혀있는 세조비 정희왕후의 어보를 함께 전시한다. 대한제국을 선포하며 제작한 국새 칙명지보(勅命之寶)와 이것이 날인된 문서인 대한의원개원칙서(大韓醫院開院勅書·등록문화재 제449호)를 짝지어 전시하며, 성석린 고신 왕지(成石璘告身王旨·보물 제746호), 이징석 왕지(李澄石王旨·보물 제1001호), 이징석 사패 교지(李澄石賜牌敎旨·보물 제1001호) 등을 처음 일반에 공개한다.

또 1층 왕실의 오례실에서는 ‘갑옷과 투구’(온양민속박물관 소장품), 정조대왕 초장지 출토 유물 ‘백자호’ 등 명기(冥器·죽은 사람의 명복을 빌기 위해 만든 부장 그릇) 일괄 부장품을 10월 말까지 공개한다. 2층 조선의 국왕실과 왕실의 생활실에서는 ‘영친왕 홍룡포’ ‘영친왕비 대홍원삼’을 5일간 공개하고, 복식 전공자와 관계 전문가에게 진품을 직접 확인할 수 있는 기회도 제공할 예정이다.

김재일 기자 kji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