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인들이 최근 들어 대거 한국 주식 쇼핑에 나서며 코스피지수를 끌어올리고 있다. 정보기술(IT)과 자동차 관련주를 중심으로 시가총액 상위 종목들을 매집한 것으로 나타났다.

31일 오후 2시 현재 코스피지수는 전날보다 41.16포인트(2.23%) 뛴 1884.95를 기록하며 나흘째 상승하고 있다.

지난주 마리오 드라기 유럽중앙은행(ECB) 총재의 유로존(유로화 사용 17개국) 보호 의지 표명 이후 외국인 매수세가 사흘째 유입, 지수 상승을 뒷받침하고 있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외국인은 지난 이틀한 유가증권시장에서 9741억원어치 주식을 순매수한 데 이어 현재 이날도 4000억원대의 매수 강도를 나타내고 있다.

[시장의 눈] 外人 '바이코리아'…매수 상위 종목은?
지난 이틀간 외국인이 가장 많이 사들인 종목은 대장주인 삼성전자였다. 이틀새 순매수 규모가 5036억원에 달했다.

삼성전자는 지난 2분기 스마트폰 부문 호조에 힘입어 사상 최대 실적을 경신하면서 경쟁력이 부각됐고, 한국 증시 대표주인 만큼 프리미엄이 부여됐다는 진단이다. 이에 지난 26일 49.18%이던 삼성전자의 외국인 지분율은 30일 49.46%로 뛰었다.

자동차주 역시 매수 상위에 포진했다. 현대차(969억원), 현대모비스(598억원), 기아차(455억원)이 순매수 상위 2~4위를 꿰찼다.

아울러 SK하이닉스(286억원), 삼성전기(248억원), LG전자(229억원), 삼성SDI(195억원) 등의 IT주도 매수 상위에 이름을 올렸다.

금융투자업계에선 유럽 재정위기 우려 완화와 함께 외국인들의 위험자산 선호도가 다소 개선, 한국 증시로 매수세가 유입되고 있다고 진단했다. 또한 상대적으로 실적 전망이 탄탄한 IT와 자동차의 경우 매수 기조가 두드러지고 있다는 평가다.

이벤트를 앞둔 점도 투자심리 개선에 일조했다는 분석이다. 8월1일 미국 중앙은행(Fed)이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 결과를 발표할 예정이고, 같은달 2일엔 유럽중앙은행(ECB) 통화정책회의가 열린다. 미국의 3차 양적완화(QE3) 등 강한 경기 부양책이 발표될 가능성은 높지 않지만 최악의 상황은 지났다는 심리가 확산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이에 대해 김병연 우리투자증권 연구위원은 "외국인이 특정 종목보다는 이머징(신흥국) 증시 중 한국 증시에 긍정적인 포지션으로 돌아선 덕으로 풀이된다"며 "8월 1, 2일 이벤트에 대한 기대는 이미 충분히 증시에 선반영됐고, 이후 다음달 초 경제지표를 통해 세계 경기가 바닥을 통과했다는 확신을 가질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고 설명했다.

오승훈 대신증권 연구원은 "외국인들의 본격적인 복귀를 장담하기는 아직 이르지만 최근 순매수 규모 상으로 보면 유럽 관련 불안이 완화되는 신호로 해석될 수 있다"며 "ECB가 국채 매입 프로그램 외에도 장기대출프로그램(LTRO) 등을 언급한다면 글로벌 정책 공조에 대한 신호탄으로 여겨져 시장의 기대감은 이어질 수 있다"고 전망했다.

한경닷컴 오정민·이민하 기자 bloomi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