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허 침해를 둘러싼 삼성전자와 애플의 '세기의 소송'에서 평결을 맡을 배심원단이 선정됐다. 어떤 배심원이 선정되느냐에 따라 결과에 막대한 영향을 미칠 수 있기 때문에 선정 과정에서 삼성전자와 애플의 신경전도 팽팽하게 벌어졌다.

30일(현지시간) LA 타임즈 등 외신에 따르면 이날 캘리포니아 새너제이 지방법원 루시 고 판사는 74명의 배심원단 후보를 개별 인터뷰해 최종 10명의 배심원을 뽑았다.

배심원은 3명의 여자와 7명의 남자로 구성됐다. 배심원에는 35년간 하드 드라이브업체에서 일한 전기 엔지니어를 비롯해 가정주부, 무직, 건축업 종사자, 보험 판매원, 전 해군 항공전자공학 기술자, 시스템 엔지니어, 바이크 매장 매니저 등이 포함됐다.

앞서 배심원단 후보들은 자신의 출생지, 교육, 현재 직업, 이전 직업, 결혼 여부 등을 포함한 신상정보를 써서 제출했다. 고 판사는 후보들에게 '삼성전자와 구글, 모토로라, 애플에 근무한 적이 있는지' '이들 회사 직원 중 친척이나 친구 등 가까운 사람이 있는지' '애플 혹은 삼성에 대해 읽은 책이 있는지' '두 회사의 주식을 보유하고 있는지' 등에 대해 질문했다.

이메일, 블로그, 인터넷 사용, 페이스북, 트위터를 포함한 소셜 미디어 습관 등에 대해서도 체크했다.

이 과정에서 애플 아이클라우드 팀의 품질 보증 엔지니어와 구글 인터페이스 엔지니어가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또 한 사람은 아들이 애플 법무팀에서 일하고 있고, 몇몇 사람들은 친구들이 애플 직원이거나 애플과 연관된 회사에 다니고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

고 판사와의 인터뷰가 끝난 뒤 삼성전자와 애플 측 변호인들에게도 각 20분씩 배심원 후보들에게 질문한 시간이 주어졌다. 후보들 중 애플과 구글 직원 각 1명씩은 양측 변호인의 거부권 행사로 최종 단계에서 탈락했다.

당초 이날 오후 늦게 가질 예정이었던 양 측 변호사들의 모두 발언은 배심원 선정이 늦어지면서 하루 연기됐다. 삼성 측 변호인은 고 판사에게 애플이 배심원을 상대로 한 모두 변론에서 지난해 사망한 스티브 잡스 창업자의 사진을 보여주는 것은 공정성을 훼손할 우려가 있다고 주장했다. 고 판사는 삼성전자의 이같은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삼성전자와 애플의 본안 소송은 일주일에 3일씩, 하루 두 차례씩 집중심리를 거친 뒤 8월 말이나 9월 초 배심원 평결이 나올 예정이다. 판사는 배심원 의견을 반영해 최종 판결을 내린다.

한경닷컴 권민경 기자 kyou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