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엔 성소수자에 대한 이야기라고만 생각했어요. 공연을 준비하면서 보통 사람들의 외로움과 상처를 어루만져 주는 작품이란 걸 알게 됐어요.”

드라마 ‘아이두 아이두’에서 세련된 도시남성의 매력을 발산했던 배우 박건형(35·사진)이 뮤지컬 ‘헤드윅’에 합류했다. 박건형은 다음달 11일부터 10월21일까지 KT&G 상상아트홀에서 공연되는 이 뮤지컬의 타이틀롤을 오리지널 캐스트 오만석과 번갈아 연기한다.

그는 “20대 때 ‘헤드윅’과 인연을 맺을 기회가 있었는데 과연 주인공 헤드윅의 감정을 표현할 수 있을까 두려움이 커서 망설였다”며 “올해는 극중 주인공의 나이와 같아져 감당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했다. “뮤지컬 ‘삼총사’ ‘모차르트’ ‘조로’ 등 굵직굵직한 작품을 했지만 무대는 여전히 무섭고 냉정한 공간”이라면서도 “무대는 판티지를 느낄 수 있는 공간이기 때문에 무대에 서면 정말 행복하다”고 했다.

그는 “다리 사이에 태풍이 부는 느낌이었다”고 처음 치마를 입은 느낌도 전했다. 트랜스젠더인 주인공을 표현하기 위해 난생처음 여성 속옷도 입었다. 연출을 맡은 김민정 씨는 “박건형은 터지기 일보 직전의 활화산 같은 사람”이라며 그가 무대에서 뿜어낼 에너지에 대한 기대를 내비쳤다.

‘헤드윅’은 성전환 수술에 실패한 동독 출신 트랜스젠더 록가수의 이야기를 그린 작품이다. 1998년 미국 초연 이후 영국 런던, 일본 도쿄, 독일 베를린 등 80개국에서 선보였다. 국내에는 2005년 첫선을 보인 이후 6번이나 재공연한 스테디셀러다. 조승우 오만석 엄기준 송창의 김다현 등 스타탄생의 산실이기도 하다. 누적 유료관람객이 30여만명을 헤아린다.

김인선 기자 indd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