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철수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장의 부상에 민주통합당 대선 경선 후보들이 지지율 하락세를 면치 못하고 있다. 본경선 일정에 나선 후보자 5명은 일제히 안 원장과 각을 세우며 자신들이 최종 후보로서 적임자임을 부각시켰다.

리얼미터가 지난 23~27일 실시한 대선 다자 대결 여론조사 결과, 민주당 내 선두를 달리는 문재인 후보의 지지율은 7.9%포인트 하락한 9.3%를 기록했다. ‘안풍’(안철수 바람)에 지난 6개월 동안 유지하던 10%대의 지지율이 무너진 것이다.

문 후보는 31일 서울 역삼동 카카오 본사를 방문, 직원들과 간담회를 가진 자리에서 ‘안철수가 아닌 문재인이어야 하는 이유’를 묻는 질문에 “대통령의 자격 요건으로 자기 삶을 통해서 우리나라 민주화에 기여한 경험이 꼭 필요하다”며 비운동권 출신인 안 원장을 겨냥했다. 이어 “민주정부 10년을 계승하면서 더 발전시킬 수 있는 비전과 사회·경제적 민주주의를 이루려는 역사의식을 갖춰야 한다”며 “나는 이 세 가지를 다 갖췄다”고 말했다.

김두관 후보는 이날 MBC 라디오 ‘시선집중’에 출연해 “안 원장이 천재성을 갖고 있다고 해도 국정을 운영하는 데는 정당이라는 집단지성이 필요하다”며 “어떤 방법으로 누가 대선 후보가 되든 민주당 중심으로 정권을 교체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호남 출신으로 유일하게 컷오프를 통과한 박준영 후보는 CBS 라디오에 출연, 안 원장과의 후보 단일화에 대해 “그런 얘기를 하는 것은 자신이 없다는 것을 인정하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손학규 후보는 앞서 30일 제주 희망콘서트에서 “안철수의 생각은 좋다. 그러나 생각과 현실이 항상 같은 것은 아니다. (생각을) 현실화시킬 수 있는 정치적인 힘이 필요하다”고 각을 세웠다.

허란 기자 wh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