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9년 유럽연합(EU) 11개국 회원들이 단일통화 유로를 사용하는 ‘유로존’을 출범시켰을 때다. 한 경제학자가 “시장원리를 무시한 억지 통합은 15년 내 반드시 재앙을 불러올 것”이라고 비판했다. 10여년 뒤 그의 예언대로 유로존 국가들은 재정위기에 휘청대고 있다. 그 학자는 ‘시장경제의 대부’로 불리는 밀턴 프리드먼.

1912년 7월31일 미국 뉴욕에서 태어난 프리드먼은 컬럼비아대에서 박사 학위를 받은 뒤 일생의 대부분을 시카고대 교수로 보냈다. 특히 1930년대 대공황 뒤 세계 경제학의 주류로 부상한 존 메이너드 케인스의 ‘케인스 학파’에 맞서 자유시장경제와 작은 정부론을 옹호하는 ‘시카고 학파’를 창설하는 데 중추적 역할을 했다.

프리드먼의 학문적 업적은 크게 둘로 나뉜다. 첫째는 통화이론이다. 국가가 재정지출을 통해 총수요를 증가시키면 결국 인플레이션(물가 상승)만 유발할 것이라는 주장이다. 따라서 중앙은행은 엄격한 규칙에 맞게 통화량을 조절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다른 하나는 항상소득(恒常所得) 가설이다. 사람들은 현재의 우발적인 소득이 아닌 장래 예상소득을 고려한 ‘항상소득’에 따라 소비를 한다는 것이다. 둘 다 케인스의 주장과는 대척점에 선 것이다.

프리드먼의 가장 위대한 업적은 자유시장경제를 옹호한 그의 저서들이라는 평가가 많다. 그는 ‘자본주의와 자유’ ‘화려한 약속, 우울한 성과’ 등의 책을 통해 대중에게 시장경제의 효율성을 역설했다. 1980년에 나온 ‘선택의 자유’는 최고의 명저로 꼽힌다.

프리드먼은 같은 자유주의자인 프리드리히 하이에크와도 다른 길을 걸었다. 하이에크는 화폐 공급에도 경쟁체제를 도입하는 완전한 시장경제를 추구했다. 반면 프리드먼은 정부 주도의 화폐제도를 인정했고, 극빈층에게 최저 생계비의 50%를 보조하는 세제를 창안하기도 했다.

31일 그의 탄생 100주년을 맞아 영국 일간 텔레그래프는 “밀턴이 없었으면 지금의 세계는 훨씬 암울했을 것”이라고 진단했다.

남윤선 기자 inkling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