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 경찰 부정 막는 블랙박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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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에스글로벌 이헌재 사장
브라질 등 경찰청에 공급…기술력 살려 B2B 공략
브라질 등 경찰청에 공급…기술력 살려 B2B 공략
상트페테르부르크 시청 앞에 늘어선 500여대의 경찰차. 주정부 경찰청 관계자들이 순찰차에 일제히 블랙박스를 설치하고 있다. 돈을 받고 불법 유턴을 눈감아준 경찰 문제가 논란이 되자 부정 방지를 위해 주정부 경찰청이 모든 차량에 블랙박스를 달게 한 것. 이 모습은 국영방송인 ‘1TV’ 뉴스를 통해 러시아 전역에 소개됐다.
블랙박스 제조 중소기업 디에스글로벌(사장 이헌재·39)이 해외에서 유명세를 타게 만든 일화다. 이 회사는 창업 1년차에 불과하던 2010년 상트페테르부르크 경찰청에 블랙박스 ‘카르파120’ 6900대를 공급했다. 해외 시장을 처음 개척한 것도 좋은 일인데 제품이 국영방송 뉴스를 통해 소개되면서 이후 러시아 각지에서 추가 주문을 이끌어내는 효과까지 거뒀다.
러시아의 사례처럼 디에스글로벌은 국내보다 해외에서 더 유명한 기업이다. 지난달 말부터 브라질 상파울루시 경찰청에 블랙박스 8000대(약 16억원 규모)를 납품하기 시작했다. 다음달에는 일본 시즈오카 트럭협회와 3만대(62억원) 규모 수출 계약도 앞두고 있다.
디에스글로벌은 최근 수출 성과에 힘입어 올해 100억원의 매출을 달성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지난해 매출(42억원)에 비해 2.5배나 성장하는 것. 선발 업체들이 과점하고 있는 국내 시장을 피해 일찍부터 해외 시장을 공략해온 덕분이다. 이헌재 사장은 “중국산 저가 제품의 공세로 국내 시장에선 단가 경쟁에 한계를 느꼈다”며 “기술력에 대한 자신감을 바탕으로 각국 경찰청, 택시조합 등 기업 간 거래(B2B)와 기업·정부 간 거래(B2G) 시장을 뚫는 데 주력했다”고 설명했다.
한 전자의료기기업체에서 해외 마케팅을 담당하던 이 사장은 2009년 과감하게 사직서를 던지고 디에스글로벌을 세웠다. 보증금 400만원, 월세 30만원짜리 오피스텔에서 사업을 시작한 이 사장은 B2B 사이트를 주 판매처로 선택했다. 그는 사이트에 제품을 올리고 해외 바이어들과 직접 연락을 주고받으면서 판로를 개척했다. 이 사장은 “B2B 사이트를 활용한 덕분에 마케팅 비용이 거의 들지 않았고 경쟁사들의 단가 흐름과 아이템 기술까지 파악할 수 있었다”고 소개했다.
그는 세계 블랙박스 시장이 급성장할 것으로 예상했다. 이 사장은 “와이파이나 4세대 이동통신 등을 결합한 지능화된 블랙박스 플랫폼을 개발해 해외 시장에서 경쟁우위를 유지해나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은정진 기자 silver@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