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먼나라 이웃나라》를 확 바꿨어요. 한층 높아진 우리의 안목과 시각으로 세계를 바라봐야죠.”

교양 만화 《먼나라 이웃나라》시리즈의 전면 개정판 《새로 만든 먼나라 이웃나라》(김영사)를 펴낸 이원복 덕성여대 석좌교수(66·사진)는 1일 서울 정동의 한 식당에서 기자간담회를 갖고 “역사는 항상 새로 쓰여지는 법”이라며 이렇게 말했다.

《먼나라 이웃나라》는 1987년 시리즈 첫 출간 이후 25년간 1500만부 넘게 팔린 ‘국민 만화’. 한국 만화 사상 최장기 미완결 연재 만화로, 유럽 6개국에서 시작해 일본 한국 미국 중국을 거쳐 내년 스페인편까지 전 15권 완간을 앞두고 있다. 그동안 세 차례 개정 시기에 맞춰 도표, 수치, 통계를 최신화해 보강한 적은 있지만 그림과 내용의 기본 틀까지 완전히 흔든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25년 전 초판 원고는 싹 폐기했죠. 1만2000컷의 원고를 완전히 새로 그렸고요. 쓸데없이 낡은 내용은 걷어내고, 1000장 이상의 역사 자료 사진도 새로 넣었어요. 3년이 걸렸네요.”

이 교수가 《새로 만든 먼나라 이웃나라》출간을 생각한 것은 처음 신문 연재할 때에 비해 우리나라의 위상이 많이 달라졌기 때문이다. 달라진 만큼 그에 걸맞은 시각에서 세계를 바라볼 필요가 있다는 것.

“《먼나라 이웃나라》 신문 연재를 시작한 것은 30년 전이었어요. 강산이 세 번이나 바뀐 셈이죠. 당시 국민소득이 1000달러 수준이었는데 이젠 세계에서 일곱 번째로 ‘20-50클럽(소득 2만달러, 인구 5000만명 이상)’에 가입한 나라가 됐어요. 우리나라 위상이 그만큼 높아진 거죠. 이 만화 시리즈는 사회 현상을 다루는 것인 만큼 늘 업그레이드해줘야죠.”

이 교수가 돈을 받고 만화를 그린 것은 고교 1년 때부터다. 그는 경기고 시절 신문반 활동을 하며 ‘주간경기’에 4컷 만화를 그렸다. 당시 같이 활동하던 친구인 조성진 전 예술의전당 예술감독과 함께 그의 부친 조풍연 주간이 있는 소년한국에 놀러갔다가 아르바이트를 하게 된 것. 1962년 6월 원고료로 요즘 돈으로 15만원 정도의 가치가 있는 3000원을 받은 뒤 대한극장에 달려가 200원을 내고 영화 ‘벤허’를 본 기억이 지금도 생생하단다.

《먼나라 이웃나라》는 1981년 10월2일 소년한국에 연재를 시작, 1986년까지 5년3개월간 1367회를 이어갔다. 1981년 독일 유학 당시 잠시 귀국했을 때 고교 시절 하던 연재를 다시 하자는 제의를 받아들였다. 그는 “당시 유럽의 다양한 문화를 소개하고 싶다고 하니까 ‘그럼 먼나라 이웃나라 하면 되겠네’ 하는 답변을 듣고 제목까지 정해졌다”고 회상했다.

이 교수는 이 시리즈 만화를 관통하는 정신으로 ‘글로벌화’를 꼽았다.

“유럽 국가는 국경이 여러 국가에 걸쳐 있죠. 기차를 타도 여러 나라를 쓱 지나고요. 독일인에게 물어보면 자신을 독일인이라기보다 유럽인이라고 답해요. 우리나라에도 이런 시대가 온다고 확신했죠. 세계를 향해 문을 열고, 그들의 문화를 포용해야죠. 그런데 아직은 아닌 것 같아요. 겉으로야 그래 보여도 정신적으로는 부족하지 않나요.”

김재일 기자 kji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