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의 재정위기가 아시아 국가들의 경제를 짓누르고 있다. 경기선행지수 역할을 하는 제조업 구매관리자지수(PMI)가 하락하고, 각국 경제성장률 전망치가 줄줄이 낮아져 하반기 경제회복도 불투명해졌다.

중국 국가통계국은 7월 제조업 구매관리자지수(PMI)가 8개월 만에 최저치인 50.1을 기록했다고 1일 발표했다. 전문가들의 예상치인 50.4에 못 미치는 부진한 수치다. 전월(50.2)에 비해서도 0.1포인트 떨어졌다. 생산활동과 수출·입 여건이 악화된 것으로 나타났다. 국가통계국과 별도로 HSBC가 발표한 제조업 PMI는 전월에 비해 1.1포인트 오른 49.3을 기록했지만 예비집계치인 49.5보다 낮았다.

유로존(유로화 사용 17개국)의 7월 PMI는 전월보다 1.1포인트 떨어진 44.0을 기록했다. 이는 12개월 연속 하락세이자 37개월 만에 최저치다. 특히 독일의 제조업 PMI가 6월 45.0에서 7월 43.0으로 급락했고 프랑스도 45.2에서 43.4로 떨어지면서 3분기 경기가 회복될 것이란 기대가 우려로 바뀌고 있다.

일본 호주 인도 대만 등 아시아 국가들의 경제지표도 일제히 악화돼 우려를 더했다.시장조사업체 마킷과 일본자재관리협회(JMMA)가 전날 발표한 일본의 7월 PMI는 전월(49.9)에 비해 낮아진 47.9를 기록했다.

호주산업협회가 발표한 7월 제조업 PMI는 40.3을 기록, 전월에 비해 6.9포인트 떨어졌다. 글로벌 금융위기로 경제에 큰 타격을 받았던 2009년 이후 3년 만에 하락폭이 가장 컸다.

경기회복이 늦어지자 인도 중앙은행은 전날 2012~13회계연도(2012년 4월~2013년 3월)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7.3%에서 6.5%로 내리고 인플레이션 전망치는 6.5%에서 7.0%로 올렸다. 국제통화기금(IMF)이 지난달 인도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6.8%에서 6.1%로 내린 지 2주 만이다. 두부리 수바라오 RBI 총재는 “앞으로 물가를 관리하는 데 통화정책의 초점을 맞추겠다”고 말했다.

대만 정부도 2분기 국내총생산(GDP)이 전년 동기 대비 0.16% 감소하자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당초 3.03%에서 2.08%로 내렸다. 대만의 마이너스 성장은 금융위기가 한창이던 2009년 3분기 이후 처음이다.

전문가들은 아시아 국가들의 경제지표 부진의 배경으로 유럽 경제위기를 꼽았다. 한편 상하이증시는 이날 PMI가 예상밖으로 하락했는데도 불구하고 경기부양에 대한 기대감으로 1% 가까이 올랐다. 후진타오(胡錦濤) 국가주석은 전날 밤 공산당 정치국 회의를 주재한 자리에서 “안정적인 성장을 하반기 최대 경제과제로 삼겠다”며 “수요확대 정책과 수출시장 다원화전략, 그리고 투자환경 개선 등을 적극 추진하겠다”고 강조했다.

베이징=김태완 특파원/고은이 기자 twki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