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통합당 내 고(故) 김근태 상임고문이 이끌었던 민주평화국민연대(민평련)가 이번 대선에서 공식적으로 지지하는 후보를 결정하지 못했다. 하지만 손학규 후보가 당내 선두인 문재인 후보를 제치고 민평련 내 최다 지지를 얻은 것으로 나타남에 따라 향후 경선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주목된다.

민평련은 31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3차 전국운영위원회를 열고 대선 경선 후보에 대한 지지 의견을 묻는 투표를 실시했다. 전·현직 의원과 당직자, 지역위원장 59명으로 구성된 운영위원 중 53명이 이날 표결에 참여했다.

최소 득표자를 한 명씩 제외하는 방식으로 네 차례 진행된 투표 결과 정세균, 김두관, 문재인 후보가 차례로 탈락했다. 손 후보는 최종 찬반 투표에서 3분의 2 득표에 조금 못 미치면서 최종 지지후보로 선정되는 데는 실패했다. 하지만 이번 투표를 통해 손 후보는 상당한 지지세를 확인하는 성과를 거뒀다.

‘문재인 대 비(非)문재인’ 구도는 민평련 투표에서도 확인됐다. 문 후보와 손 후보가 경합을 벌인 3차 투표에서 김 후보를 지지했던 표가 손 후보 쪽으로 가면서 1위가 역전된 것이다.

‘안풍’(안철수 바람)에 지지율 하락세를 보여온 문 후보 측은 민평련 지지를 통해 지지율 반등을 기대했지만 이에 실패했다. 이번 투표 결과로 민평련과 친노(친노무현) 세력 간 거리도 어느 정도 확인되면서 당내 화합을 이끌어야 한다는 숙제도 남게 됐다. 민평련에 적극적인 구애의 손길을 뻗쳐 온 김 후보는 이번 투표에서 저조한 득표를 기록했다.

당초 민평련이 안철수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장과 후보 단일화에서의 역할을 염두에 두고 지지후보를 내지 않을 것이란 관측도 나왔다. 하지만 투표에 참여한 복수의 민평련 회원은 “외부 변수보다는 (문 대 비문이라는) 당내 논리가 우세했다”고 전했다.

허란 기자 wh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