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러스투자증권 박승영 연구원은 1일 "글로벌 경기에 대한 비관론이 약해지고 있는 가운데 유로존(유로화 사용 17개국) 지도자들의 잇단 발언으로 재정위기 해결 기대가 높아지고 있다"며 "유럽중앙은행(ECB)가 내놓을 정책 가운데 '유로안정화기구(ESM) 은행면허 부여'의 영향력이 가장 클 것"으로 분석했다.

그는 "2일 통화정책 회의에서 ECB가 선택할 수 있는 정책들 중 그 영향력을 강도와 기간을 통해 가늠해 보면 ESM 은행면허 부여, 저금리 장기대출 프로그램(LTRO), 국채 매입 프로그램(SMP), 기준금리 인하 순으로 영향력이 클 것"이라고 말했다.

우선 ESM은 매입 규모에 제한이 없다는 것. 또 LTRO는 시중은행이 자금을 차입해 해당국의 국채를 매입하는 방식이어서 국채 금리가 떨어지더라도 정해놓은 수량을 매입한다고 박 연구원은 설명했다.

그러나 그는 "SMP는 스페인 국채금리가 5% 대로 떨어지자 국채매입을 멈췄던 경험이 있고, 기준금리 인하도 영향이 간접적일 수밖에 없다"고 판단했다.

박 연구원은 현재 유로존이 직면해 있는 문제는 대부국의 신용등급 강등 가능성, 구제기금의 과부족 여부, 위기국의 부채 상환능력 등 크게 세 가지로 구분해 볼 수 있다고 전했다.

그는 "피그스(PIIGS, 포르투갈 이탈리아 아일랜드 그리스 스페인) 국가들에 자금을 지원해 줄 대부국들의 신용등급이 하향될 위험에 놓여있다"며 "대부국들의 신용등급이 하향되면 위험국들을 도와주는 비용이 증가하고, 보증국의 차입비용을 낮추려면 ECB가 기준금리를 인하해 신용 리스크의 증가를 기준금리 인하로 만회해야만 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스페인이 전면 구제금융을 신청할 것이라는 루머도 끊이지 않고 있다"면서 "동시에 유럽재정안정기금(EFSF)와 ESM의 구제금융 규모가 충분한 지에 대한 우려도 계속되고 있다"고 진단했다. 이러한 우려를 불식시킬 수 있는 방법은 ESM에 은행 면허를 부여해 ECB로부터 자금을 지원받고, 레버리지를 일으켜 발행시장에서 국채를 매입하는 것이라고 박 연구원은 분석했다.

그는 "궁극적으로 PIIGS 국가들이 재정위기에서 벗어나려면 자력으로 빚을 갚을 능력을 갖춰야 하고, 긴축도 함께 진행되어야 한다"며 "하지만 PIIGS 국가들의 지출 축소는 이미 한계에 다다랐다"고 지적했다. 올해 PIIGS 국가들의 기초재정수지는 3억6000만유로 적자로, 작년의 741억유로 적자에서 크게 줄어들 것으로 예상되는데 이에 따라 PIIGS국가들의 재정정책은 이자 부담을 줄여가는 쪽으로 초점을 맞춰야 한다는것.

그러나 최근 PIIGS 국가들의 국채 발행금리가 상승하고 있어 부담은 오히려 가중되고 있다는 게 박 연구원의 설명이다. 그는 "국채 발행금리를 낮추기 위한 방법은 두 가지"라며 "ESM을 가동해 발행시장에 직접 개입하거나, ECB가 SMP나 LTRO를 재개해 유통시장에서 국채를 매입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한경닷컴 정현영 기자 jh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