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거공개' 펀치 맞은 애플, 美법원에 매달리기
특허침해 소송을 진행 중인 삼성전자와 애플은 아이폰을 디자인한 애플의 전 디자이너 신 니시보리의 증언 확보 여부를 놓고 싸운 데 이어 이번에는 ‘삼성전자의 증거공개’ 문제를 놓고 치열한 공방을 벌이고 있다.

애플은 ‘법원에서 채택하지 않은 증거’를 언론에 전격 공개한 삼성전자를 거세게 몰아붙였다. 애플 측 변호인단은 1일(현지시간) “삼성전자의 증거 공개에 대해 제재해줄 것을 캘리포니아 연방법원에 요청하겠다”고 공식 발표했다. 특허 침해 여부를 재판장에서 따지기에 앞서 배심원을 상대로 여론전을 벌이는 장외 공방에 양측이 돌입한 것이다.

애플 측 변호인단은 루시 고 판사에게 보낸 서한에서 “법정에서 채택되지 않은 증거를 이용해 고의적으로 재판에 영향을 미치려 한 (삼성의) 행위는 부적절할 뿐만 아니라 비도덕적”이라고 비난했다. 애플 측 대리인인 윌리엄 리 변호사는 “삼성전자가 법원이 배제한 증거를 언론에 공개하면 배심원단은 언론을 통해 이 정보를 얻게 된다”며 “법원에 긴급 제재를 요청하고 다른 법적인 조치들도 함께 강구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삼성의 이번 조치는 배심원들에게 영향을 미치려는 의도가 다분하다”고 강조했다.

삼성전자가 전날 전격 공개해 문제가 된 자료는 △“애플 경영진이 아이폰을 디자인할 때 소니 제품을 참고하라고 지시했다”는 신 니시보리의 증언 △애플이 아이폰을 출시하기 전에 삼성전자가 아이폰과 디자인이 비슷한 휴대폰 ‘F700’을 개발 중이었다는 내용이 담긴 삼성의 내부 문건 등이다. 삼성 측 변호인단은 법원이 애플의 디자인을 베꼈다는 혐의를 벗게 해줄 만한 핵심 문건들을 배심원들에게 공개하지 못하도록 막자 언론에 전격 공개했다.

애플 측은 증거를 공개한 삼성전자를 제재할 것을 법원에 요청했고, 루시 고 판사는 “누가 자료를 작성했고, 법률팀 가운데 누가 이를 승인했는지 알고 싶다”며 삼성전자에 소명할 것을 요구했다.

삼성전자 변호인단은 “자료를 공개한 것은 문제될 것이 없다”는 의견을 밝혔다. 월스트리트저널에 따르면 삼성전자 측 대리인인 존 퀸 변호사는 이날 법원에 제출한 이메일을 통해 “내가 자료 배포하는 것을 승인했다”고 밝혔다. 그는 “언론의 문의가 많아 간단한 설명과 정보를 준 것”이라며 “언론에 증거를 공개한 것은 합법적이고 도덕적인 행동”이라고 강조했다.

퀸 변호사는 또 “배심원들은 이번 소송과 관련이 있는 언론 기사를 봐서는 안 된다는 지시를 받지 않았느냐”며 “배심원의 판단에 실질적인 편견이나 선입관을 심어줄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자료를 공개한 것은 아니며 판결에 영향을 미칠 수도 없다”고 반박했다. 그는 “사실 공개를 통한 의견 개진은 공개된 사실이 거짓이거나 품위를 손상시킬 때만 처벌받을 수 있다”며 “캘리포니아 주의 변호사 직무 규칙과도 일치한다”고 덧붙였다.

삼성과 애플의 다음 공판은 3일(현지시간) 열린다. 매주 월·화·금요일에 열리며 13~17일에는 매일 열릴 예정이다. 두 회사가 전체 재판기간 중 배심원 앞에서 변론할 수 있는 시간은 각각 25시간으로 제한된다. 재판은 이달 안에 끝날 것으로 예상된다.

심성미 기자 smshi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