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위기로 일자리를 잃은 남유럽인들의 독일 이민이 빠르게 늘고 있다.

파이낸셜타임스는 독일 통계청의 자료를 인용, 지난해 독일로 넘어온 이민자 수가 전년 대비 20% 늘어난 95만8200명을 기록했다고 2일 보도했다. 그리스 스페인 이탈리아 등 경제위기를 겪고 있는 국가에서 이민이 급증한 탓이다. 지난해 말 독일 인구는 전년 대비 9만2000명이 늘어난 약 8180만명으로, 10년 만에 처음 증가세로 돌아섰다.

그리스인의 유입이 빠르게 늘었다. 2009년까지 한 해 평균 5000명 수준이던 그리스 이민자는 지난해 2만5000명으로 5배 가까이 증가했다. 독일에 거주하고 있는 그리스인은 약 40만명에 이른다.

남유럽의 경제위기가 심해지면서 사람들이 일자리를 찾아 독일로 향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스페인과 그리스의 젊은층 실업률은 50%가 넘는다. 독일 정부도 이민을 적극 반기고 있다.

독일은 근로자가 부족한 상황이다. 고급 기술직을 중심으로 약 50만명이 필요한 실정이다. 독일에 살고 있는 한 이탈리아 사람은 “독일에선 엔지니어와 의사가 많이 부족한 상태”라며 “능력만 있다면 국적이 다르다고 차별받지 않고 일할 수 있다”고 말했다.

자국의 정치적 혼란도 이민이 늘어난 이유로 꼽힌다. 교육 수준이 높은 계층의 이탈이 많다. 독일에서 일하고 있는 한 그리스 의사는 “정치적 상황 때문에 이리저리 흔들리는 모국에 사느니 차라리 낯선 타국이 낫다”며 “고등교육을 받았지만 그리스에선 엘리트 대접을 받을 수 없다”고 지적했다.

독일로의 이민 증가는 유럽의 새로운 걱정거리가 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게일 알라드 스페인 IE 경영대학원 교수는 “이민 간 젊은이들이 기술과 외국어를 익혀 돌아오면 다행이지만 돌아오지 않는다면 비극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한 그리스계 독일인은 “우수한 인재는 유럽 어디서든 일자리를 찾을 수 있어 이민은 더욱 활성화될 것”이라며 “학력이 낮은 사람들은 자국에 남아 있을 수밖에 없는 상황에서 민족주의가 부활할 가능성도 있다”고 우려했다.

남윤선 기자 inkling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