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이투자증권 박상현, 이승준 이코노미스트는 3일 유럽중앙은행(ECB)의 통화정책회의 결과에 대해 "결국 드라기 ECB 총재는 시장에 아무것도 해주지 못했다"라고 지적했다.

박 이코노미스트는 "드라기 총재는 지난주 '유로존(유로화 사용 17개국)을 보호하기 위해 권한 내에서 할 수 있는 모든 조치를 다할 것'이라고 말해 금융시장 안정에 기여했었다"며 "그러나 드라기 총재는 막상 독일의 거센 반대에 부딪치면서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못해 오히려 금융시장에 커다란 실망을 던져줬다"고 말했다.

이어 "ECB는 물론 수 주일 내 국채매입을 재개하는 동시에 다른 비전통적 정책 조치를 고려할 것이라고 시장을 달랬지만, 이번 통화정책회의를 통해 드라기 총재의 한계를 보여줬다"고 평가했다.

따라서 향후 ECB에 대한 시장 내 '신뢰 약화'가 불가피하고, 이는 ECB의 정책수행에 있어서도 커다란 악재로 작용할 것이라고 박 이코노미스트는 내다봤다.

그는 "더욱이 독일의 적극적인 의지 변화 없이는 ECB 등의 국채매입 등이 조기 시행되기 어렵다는 것을 다시 한번 확인시켜줬다"며 "드라기 총재도 국채매입 방법과 관련해 유럽재정안정기금(EFSF)과 유로안정화기구(ESM)을 통한 국채매입이 선행되어야 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또 하나 주목해야 할 드라기 총재의 발언은 'ESM의 은행업 허가여부에 대한 부정적인 입장'이라고 박 이코노미스트는 지목했다.

그는 "드라기 총재는 ESM에 대한 은행 면허 부여와 관련해 'ECB의 소관이 아니다'라고 말한 뒤 '현재 ESM구조는 ECB의 적절한 거래당사자로 인식되도록 허락되지 않았다'라고 강조했다"며 "이 발언은 독일의 입장과 일맥상통하는 내용으로 이탈리아 및 프랑스 주도로 추진되고 있는 ESM에 대한 은행면허 부여가 당분간 어렵다는 점을 다시 확인시켜 준 것"이라고 판단했다.

박 이코노미스트는 "최소한 9월 중순까지 유럽 국채시장의 불안을 막아줄 수 있는 방어막이 취약해졌다"며 "당초 기대와 달리 ECB가 어떠한 조치도 내놓지 못해 당분간 유럽 금융시장, 특히 국채시장의 불안이 이어질 공산이 높아졌다"고 우려했다.

한경닷컴 정현영 기자 jh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