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증권 이상재 이코노미스트는 3일 "드라기 유럽중앙은행(ECB) 총재가 바이트만 분데스방크(독일 중앙은행) 총재에게 패배했다"며 "드라기 총재는 8월 통화정책회의에서 아무런 '액션'을 보여주지 못했고, 지난주에 이어 오직 경기부양 의지를 반복하는 립서비스만 했다"라고 지적했다.

이 이코노미스트는 나아가 "이번 통화정책회의를 통해 ECB 안에서 드라기 총재의 한계가 드러난 것"이라고 꼬집기도 했다.

다만 "이번 드라기의 패배가 '한판패'가 아닌 '절반패'인 것으로 판단한다"고 이 이코노미스트는 말했다. 단기적으로는 드라기 기대가 무산되면서 시장 내 급격한 실망감 확산이 불가피할 것이지만, 유로존(유로화 사용 17개국) 위기가 다시 확산될 경우 ECB가 행동에 나설 명분이 강해질 수 있기 때문이라는 것.

드라기는 그 단초까지 포기하지는 않았고, 드라기가 엎어치기를 당했지만, 두 어깨가 모두 매트에 닿지는 않았다는 게 이 이코노미스트의 시각이다.

그는 "드라기 총재가 전날 기자회견을 통해 금리인하, 3차 장기 대출 프로그램(LTRO), 국채 매입 프로그램(SMP) 재개 등 유로존 안정을 위한 ECB의 조치 단행 가능성을 열어 놓았지만, 분데스방크의 협조가 없는 한 시행되기 어려울 것임이 분명해졌다"고 지적했다.

그러나 8월 ECB에 대한 시장의 실망은 '단기적'으로 끝날 수 있다고 이 이코노미스트는 분석했다. 그는 "드라기 총재가 직접 밝혔듯이 유로존 체제 위협이 극대화될 경우 ECB가 행동에 나설 가능성이 여전히 상존하고 있으며, 유로존 위기에 대한 근본적 해법이 9월 양대 이벤트(Fed의 FOMC, ECB 통화정책회의)를 계기로 4분기 중 진전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라고 조언했다.

이 이코노미스트는 "향후 스페인과 이탈리아 등 유로존 위기국과 관련해 결국 유로존 정책당국 간 최종 해법을 구축해 낼 것"이라며 "그 시기는 9월 양대 이벤트 이후 4분기 중 독일과 프랑스 간 재정통합과 재정분담 간 빅딜을 통해 구체화 될 것"으로 예상했다.

9월 12일 독일 헌재의 유로안정화기구(ESM) 위헌소송과 30일 프랑스 의회의 신재정협약 표결 이벤트가 무난히 마무리되면, 4분기 중 유로존 정책당국은 유로존 로드 맵 합의에 나설 수 있다는 것이다.

그는 "문제는 그 도중에 스페인의 전면적 구제금융신청이 현실화될 위험인데, 이와 관련해서는 ECB의 시간 벌기 차원의 액션 가능성이 여전히 유효한 것"이라고 판단했다. 이어 "유로존 위기 공포감 확산에 따른 극심한 위험자산 기피는 올 하반기 투자수익률 제고의 기회가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한경닷컴 정현영 기자 jh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