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피지수가 장초반 '드라기 쇼크'에도 불구하고 낙폭을 대부분 만회, 1860선을 경계로 '오르락 내리락'을 반복 중이다. 기관이 '사자'를 외치면서 뚜렷한 매수 주체로 떠오르고 있다.

이날 개장 전까지만 해도 '드라기 쇼크'는 국내 증시에 단기 최대 악재로 작용할 것으로 예상됐었다. 그러나 다행히 외국인 등 주요 주체들이 동시 매도에 나서지 않았고, 오히려 기관과 개인이 동반 순매수에 나서면서 지수의 낙폭을 줄여나가고 있다.

코스피지수는 오전 10시21분 현재 전날보다 0.35%(6.47포인트) 내린 1862.93을 기록 중이다.

개장 직후 지수는 전세계 증시가 '드라기 쇼크'에 빠졌다는 소식이 악재로 작용하면서 '갭 하락'한 뒤 1843선(-1.37%)까지 빠졌었다.

지난주 '특단의 조치'를 예고했던 마리오 드라기 유럽중앙은행(ECB) 총재가 8월 통화정책회의에서 사실상 '무대책'으로 시장에 큰 실망감을 안겨줬기 때문이다.

앞서 열린 미국 중앙은행(Fed)의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 이어 ECB까지 아무런 경기부양책을 내놓지 않은데 따른 후폭풍이 거셀 것이란 분석이 우세한 분위기였다.

그러나 외국인이 '팔자'보다 '관망'하는 자세를 보이면서 개장 이후 지금까지 150억원 가량 순매도에 나섰을 뿐이다. 반면 기관이 185억원 이상 매수 우위를 기록, 외국인의 매물을 대부부 소화해냈다. 개인은 '샀다 팔았다'를 반복하고 있다.

업종별로는 혼조세다.

종이목재(0.31%), 의약품(0.11%), 전기전자(0.16%), 의료정밀(0.71%), 운수창고(0.05%), 통신(0.53%), 증권(0.08%) 업종 등이 장중 반등에 성공한 반면 화학(-0.49%), 철강금속(-0.62%), 기계(-0.52%), 운수장비(-1.01%), 건설(-0.95%), 은행(-0.80%) 등은 약보합권에 머물고 있다.

시가총액 상위주(株)는 대체로 하락 중이다.

유가증권시장 내 시총 순위 1위인 삼성전자는 전날보다 0.24% 오른 126만6000원에 거래되고 있는 반면 현대차(-1.26%), 포스코(-0.95%), 기아차(-1.29%), 현대모비스(-0.50%), LG화학(-0.96%), 현대중공업(-2.30%) 등은 약세다.

코스닥지수도 약보합권을 유지하며 장중 반등을 시도하고 있다.

코스닥지수는 같은 시간 전날보다 0.17% 소폭 내린 465.86을 나타내고 있다.

개인이 15억원, 외국인이 1억원, 기관이 14억원 이상 모두 '사자'를 외치면서 장초반 낙폭을 대부분 만회했다.

코스닥 시총 상위주들은 혼조세다.

시총 순위 1위인 셀트리온은 전날보다 1.22% 내린 2만8300원을 기록 중이고, 다음과 서울반도체도 약세를 지속 중이다. 반면 안랩이 1.26% 오른 12만100원에 거래되고 있고, 에스엠과 CJE&M도 전날보다 주가가 뛰어오르고 있다.

개장 직후 1% 이상 급락했던 지수선물도 낙폭을 줄여나가고 있다.

코스피200지수선물 9월물은 전날보다 0.56%(1.40포인트) 247.65를 기록중이다. 지수선물은 이날 장중 한때 개인의 대량 순매도 영향으로 1.3% 이상 급락한 바 있다.

무엇보다 선물시장에서 외국인이 372계약, 기관이 816계약 동반 순매수에 나서면서 향후 시장 전망을 밝게 보고 있다. 반면 개인은 412계약 가량 매도 우위를 보이고 있다.

원·달러 환율은 대외 불확실성이 확산되면서 전날보다 0.34% 오른 1135.60원을 기록하고 있다.

일부 전문가들은 이번 미국 Fed와 ECB의 잇단 회의 결과를 종합해 볼 때 '9월 대책' 등 4분기 중 경기부양책이 등장할 수 있을 것으로 진단했다.

이상재 현대증권 이코노미스트는 "8월 ECB에 대한 시장의 실망은 '단기적'으로 끝날 수 있다"면서 "드라기 총재가 직접 밝혔듯이 유로존(유로화 사용 17개국) 체제 위협이 극대화될 경우 ECB가 행동에 나설 가능성이 여전히 상존하고 있고, 유로존 위기에 대한 근본적 해법이 9월 양대 이벤트(Fed의 FOMC, ECB 통화정책회의)를 계기로 4분기 중 진전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라고 예상했다.

조용현 하나대투증권 연구원도 "꼭 이번 회의를 통해서가 아니라도 ECB의 추후 정책 부양 노력은 강화될 것"이라며 "현재 미국의 상황을 함께 볼 때 오히려 기대감은 9월에 더 높아질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에 따라 8월 시장은 9월을 바라보며 버틸 가능성이 있고, 정책에 대한 실망감이 나타나더라도 최근 강하게 반등하며 높아진 중단기 추세의 반전 가능성이 훼손되지는 않을 것으로 분석됐다.

한경닷컴 정현영 기자 jh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