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문 사학 연대·고대를 움직이는 이사장 누구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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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문 사학 이사장은 언론사 사주
올 들어 연세대와 고려대의 재단 이사장을 조선일보와 동아일보 사주가 맡아 교육계에서 화제다. 거대 언론사가 양대 사학을 사실상 ‘접수’했다는 지적도 나온다.
3일 연세대와 고려대,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NCCK) 등에 따르면 방우영 조선일보 상임고문(84)은 올해 학교법인 연세대학교 이사장 연임에 성공해 4월4일 새 임기를 시작했다. 김재호 동아일보 사장(47)도 지난 5월24일 열린 이사회에서 학교법인 고려중앙학원의 새 이사장으로 선임됐다.
◆연대 이사장 16년째 방우영 상임고문
방 상임고문은 1997년 연세대 재단 이사장을 처음 맡아 16년째 자리를 지키고 있다. 그간 별탈 없이 이사장 직을 수행해 왔으나 지난해 10월 기독교계의 연세대 파송이사 추천권을 삭제하는 정관 개정을 단행하면서 학교 설립자 격인 기독교 교단들로부터 소송을 당했다.
갈등의 불씨가 된 정관 개정은 연세대 설립 주체인 기독교계 4개 교단의 파송이사 추천권을 없애고, 이사진에 교단 파송이사 4명을 포함시키는 조항도 ‘기독교계 인사 2명’ 으로 축소했다.
교계는 “방 고문이 오랫동안 이사장을 맡으며 재단을 장악해 원래 설립자인 교단 파송이사를 내쫓고 ‘학교 사유화’ 를 시도하는 것”이라며 반발했다. 지난해 11월 연세대 설립자 언더우드 선교사의 후손들 역시 “연세대는 소수의 개인들에 의해 지배될 수 없다”는 내용의 성명을 내고 정관 원상 복구를 촉구하기도 했다.
이에 대해 연세대 재단은 ‘개방이사’를 선임하도록 한 사립학교법과 시대적 변화에 따라 개정했을 뿐이라며 확대 해석을 경계했다.
그러나 기독교계는 방 고문의 이사장직 퇴진을 요구하며 연세대 재단을 상대로 민사소송을, 교육과학기술부를 상대로는 행정심판을 청구해 심리가 진행 중이다.
NCCK 연세대 이사파송문제 대책위원회 관계자는 “오는 16일 민사소송에 대한 2차 심리가 열린다” 며 “이사회 내 교계 축출로 방 이사장을 견제할 수 있는 세력이 사라졌는데 그 저의가 의심스럽다. 방 이사장의 연임 중지와 정관의 원상 복구 등을 요구하고 있다”고 말했다.
◆고대 김재호 이사장-김병철 총장 ‘오촌간’
고려대도 지난 5월 말 김재호 동아일보 사장을 재단 이사장으로 선임했다. 학내에서는 고 김병관 동아일보 명예회장의 아들인 김 사장이 이사장에 오르는 것은 예견된 일이었으나 40대 후반의 젊은 나이에 선임된 것은 다소 의외라는 반응이 많다.
표면적으로 김재호 사장의 이사장 선임은 재단의 투자 손실에 책임을 지고 사의를 표한 김정배 전 이사장의 공석을 메운 것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친인척 관계를 살펴보면 동아일보 사주 일가의 영향력 강화가 뚜렷하다. 김병철 고려대 총장은 김재호 재단 이사장과 오촌 간이다. 재단 이사장과 학교 총장을 동시에 맡으며 고려대에 대한 동아일보 사주 일가의 영향력이 한층 커졌다.
동아일보 일가는 그동안에도 고려대의 학교 운영에 깊숙이 관여해왔다. 하지만 이번에는 가까운 친인척이 동시에 재단과 학교의 수장에 올라 주목받고 있다.
대학 관계자들은 “연세대와 조선일보, 고려대와 동아일보는 유명 사학과 언론이지만 언론 사주 일가가 재단 이사장을 맡고 있다는 사실은 의외로 잘 알려져 있지 않다” 며 “거대 언론이 양대 사학에도 큰 영향력을 미치고 있다” 고 말했다.
한경닷컴 김봉구 기자 kbk9@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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