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립대 교수들 ‘반대’에도 총장직선제 폐지 강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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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북•부산•전남대도 못 버텼다… 행•재정 불이익
국립대 교수들이 각 대학 본부를 규탄하고 나섰다. 교수들 의견을 무시한 채 정부 요구에 굴복해 총장 직선제 폐지를 강행하고 있다는 이유에서다.
40개 국립대 교수회 모임인 전국국공립대학교수회연합회(국교련)는 3일 이 같은 내용의 성명서를 발표했다. 국교련은 성명에서 경북대와 부산대가 최근 현행 총장 직선제를 폐지하는 학칙 개정에 나선 데 대해 “대학 본부가 총장 직선제 폐지를 반대하는 구성원의 뜻을 완전히 부정하고 있다” 며 날을 세웠다.
국교련은 대학 본부가 구성원 의사보다 정부 눈치 보기에 여념이 없다고 비판했다.
국교련은 “국립대 총장이 교육과학기술부의 위헌적•위법적 강박에 굴복해 총장직선제를 폐지하는 것은 국립대 역사에 오점을 남기는 일” 이라며 “특히 직선제로 선출된 지금의 국립대 총장들이 직선제 폐지에 앞장선 것은 자신의 존립 근거를 부정하는 것이나 다름없다”고 꼬집었다.
이어 국교련은 전남대 교수들이 지난달 26일부터 2일까지 총투표를 실시한 결과 70.1%가 총장직선제 폐지를 반대한 것과 관련, “대학 구성원들이 교과부의 총장직선제 폐지 강박을 따르지 않겠다는 확고한 의사 표시를 재확인한 것” 이라고 논평했다.
그러나 이 같은 논평이 무색하게 전남대는 3일 경북대와 부산대의 뒤를 이어 현행 총장직선제 폐지를 골자로 한 학칙 개정을 발의했다고 밝혔다.
김윤수 전남대 총장은 “일주일 간의 전자투표 결과 많은 교수들이 직선제 유지를 지지했지만, (현행 총장 직선제를 폐지하고) 임용 추천위원회 공모에 의한 방식으로 바꾸고자 한다”고 말했다.
교수들의 투표 결과가 모두 ‘총장 직선제 폐지 반대’로 나온 이들 3개 거점국립대 총장들이 거센 학내 반대를 무릅쓰고 직선제 폐지 학칙 개정에 돌입한 이유는 간단하다. 9월 발표될 대학 구조조정 결과에서 ‘부실 대학’ 으로 낙인 찍히는 것을 피하고 교과부의 행•재정적 지원을 확보하기 위해서다.
교과부는 8월 말까지 각 국립대로부터 총장직선제 폐지 여부를 보고받아 이를 대학 평가지표에 반영한다. 이때까지 총장 직선제를 폐지하지 않는 국립대는 ‘구조개혁 중점추진대학’으로 지정돼 학자금 대출제한, 입학정원 감축 조치 등 행•재정적 불이익을 받게 된다.
실제로 총장 직선제를 폐지하지 않고 버티던 경북•부산•전남대는 지난 4월 발표된 교육역량강화사업 선정 결과에서 탈락해 연간 수십 억원 규모의 국고 지원금을 못 받게 됐다. 평가지표에 반영되는 총장직선제 폐지 여부 항목에서 점수를 따지 못해 사업 탈락으로 이어진 것이다. 대부분 지표가 우수한 이들 3개 거점국립대는 지난해까지는 계속 이 사업에 선정됐다.
이와 관련, 함인석 경북대 총장은 “(현행 직선제를 폐지하는) 학칙 개정을 공포한 것은 교수들을 존중하지 않아서가 아니라 학교가 처한 현실을 우선시했기 때문” 이라며 “학칙을 개정하지 않으면 강제적 구조조정을 당하고 행•재정적 피해도 입게 된다. 이를 막기 위한 불가피한 선택” 이라고 설명했다.
국립대 교수들은 교과부의 총장 직선제 폐지 드라이브를 막아내는 데 총력을 기울일 방침이다. 국교련은 지난달 24일 국회 정론관에서 긴급 기자회견을 열어 국회에 이주호 교과부 장관 탄핵소추 발의•해임 건의 청원을 촉구했다.
이달 6일에는 국회의원회관에서 ‘위기에 빠진 국립대학을 살리는 국립대학 발전 대토론회’를 열어 대책 마련을 강구할 계획이다. 토론회에는 국회 교육과학기술위원회 야당 간사인 유기홍 민주통합당 의원과 창원대 총장 출신 박성호 새누리당 의원, 교과부 오승현 대학선진화관 등이 참석한다.
이병운 국교련 상임회장(부산대 교수)은 “대학 민주화의 산물이자 자율성의 보루인 총장직선제를 정부의 강요에 의해 폐지하는 것은 있을 수 없다” 며 “직선제의 폐해가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직선제 틀을 유지하며 보완, 개선해 나가면 된다. 이런 식이라면 대통령 직선제도 폐지해야 하느냐” 고 반문했다.
한경닷컴 김봉구 기자 kbk9@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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