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법원은 애플 편? 삼성 증거 또 기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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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 "아이패드 독창성 없다" 1968년 영화 장면 제출
애플은 법원에 '떼쓰기'…"특허 유효선언 해달라"
美 IT전문지 매셔블 "애플 이기면 IT혁신 없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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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에서 애플과 특허소송 전쟁을 치르고 있는 삼성전자가 일방적으로 불이익을 받고 있는 것 아니냐는 얘기가 나온다. 애플의 ‘홈그라운드’에서 진행되는 이번 재판에서 삼성 측이 ‘증거로 채택해달라’고 제시한 문건들이 거의 모두 기각당하고 있기 때문이다.
◆삼성에 유리한 증거 또 기각
올싱스디지털 등 외신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애플 아이폰을 베끼지 않았다’는 증거 자료로 ‘영화 속 태블릿 장면’을 미국 법원에 제출했다. 스탠리 큐브릭이 1968년 제작한 영화 ‘2001 스페이스 오디세이’의 한 장면이다.
영화 속에 등장하는 사람은 우주선 디스커버리호에 승선해 식사를 하며 직사각형 모양의 태블릿 기기를 들여다보고 있다. 삼성 측은 “직사각형 모양의 디스플레이는 애플 아이패드와 흡사하다”는 취지로 설명한 문건을 법원에 냈다. 애플의 아이패드 디자인이 독창적이지 않음을 증명하기 위해서다.
하지만 루시 고 판사는 2일(현지시간) 이 자료를 증거로 채택하지 않았다. 삼성은 이 외에 지금의 태블릿PC처럼 생긴 네모난 장치가 등장하는 영국 TV시리즈 ‘투모로 피플’(1973~1979년)을 증거로 사용해줄 것을 요청했으나 기각당했다.
삼성전자는 두 영화 외에 ‘피들러 태블릿’도 증거로 신청했다. 1994년 미국 콜로라도 덴버의 로저 피들러는 미래의 신문이 태블릿으로 전달될 것으로 전망하고 아이패드와 유사한 모양으로 이를 구현했다.
법원은 애플의 특허가 유효하지 않다는 주장을 할 때만 이 자료를 쓰도록 제한했다. 삼성이 애플 특허권을 침해하지 않았다는 근거 자료로는 활용할 수 없다는 얘기다.
◆애플 “특허 유효 선언해달라” 억지
애플은 지난달 31일 삼성이 법원의 허락을 받지 않고 핵심 문건을 언론에 공개한 것에 대해 2일 새벽 “애플의 특허가 유효하다는 선언을 해달라”고 법원 측에 요구했다. 재판이 이제 막 시작된 상황에서 애플은 자사에 유리한 판결을 당장 내려달라고 법원에 억지를 부린 셈이다.
애플은 또 “법원이 우리의 요청을 거절한다면 삼성이 ‘심각한 위법 행위’를 했다는 사실이라도 배심원들에게 알리고 향후 재판에서 ‘소니 스타일(애플이 소니 디자인을 베꼈다는 견해)’에 대한 언급을 금지해야 할 것”이라고 주장하기도 했다.
◆미국 법원 공정성 ‘도마’
재판을 맡은 고 판사는 이번뿐만 아니라 지난번 공판에서도 삼성이 제출한 증거 두 건을 채택하지 않았다. 그 이유도 설명하지 않았다.
증거로 채택되지 않은 문건은 △애플 전 디자이너인 신 니시보리가 “소니의 디자인을 참고했다”고 증언한 내용 △애플이 아이폰을 내놓기 전 삼성이 이미 그와 유사한 디자인의 휴대폰인 ‘F700’을 준비하고 있었다는 내부 문건 등이다.
업계에서 추측하는 ‘증거 채택 기각’ 이유는 삼성이 증거 제출 기한을 넘기지 않았느냐 하는 것이다. 배심원 제도를 운영하는 미국 법원은 소송 관련 자료와 증언 등을 채택하는 ‘디스커버리 프로세스’가 엄격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재판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증거와 관련해 애플 쪽 자료(아이폰 출시 이후 나온 삼성 스마트폰이 아이폰 디자인을 모방했다)는 채택된 반면 삼성이 제출한 문건이 거의 다 기각당하는 것은 심각한 공정성 위반이라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한편 미국의 정보기술(IT) 전문매체 매셔블의 편집장 랜스 울라노프는 ‘삼성 대 애플, 아이디어의 미래가 왜 위태로운가’라는 제목의 칼럼에서 “이번 소송에서 애플이 이기면 모바일 업계의 혁신을 저하시키는 결과를 초래할 것”이라며 “경쟁사 제품에서 영감을 얻어 더 획기적인 제품을 개발하는 것이 절도 행위로 낙인 찍혀서는 안 된다”고 지적했다.
심성미 기자 smshi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