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일 오후 경기도 안산시 고잔동 외국인력상담센터 상담실에 들어서자 생소한 말들이 곳곳에서 왁자지껄하게 들려왔다. 한 캄보디아 근로자가 “일을 그만둘 때 받았던 퇴직금이 적정한 액수인지 궁금하다”고 묻자 같은 국적의 상담원 찬슬레이티어 씨(26)는 “법에서 정한 것보다 조금 적다”고 답했다. 찬슬레이티어 씨는 “직접 사업자에게 전화해 덜 받은 돈을 받을 수 있도록 도와주겠다”며 구체적 해결방법도 내놨다. 김인걸 외국인력상담센터 매니저는 “지금은 사업주가 때리거나 임금을 주지 않아 상담하는 사람은 크게 줄었고 퇴직금까지 정확히 계산하는 사람이 많다”고 설명했다.

최근 개소 1년을 맞은 외국인력상담센터는 외국인 근로자들을 지원하기 위해 한국산업인력공단이 만든 시설이다. 한국과 고용허가제 협약을 맺은 20개국 가운데 14개 나라의 언어로 상담을 하고 있다. 지난 1년간 약 28만건, 월 평균 2만2000여건을 상담했다.

센터 관계자들은 “외국인 근로자가 150만명으로 급증하면서 이들의 생활 여건도 과거에 비해 개선됐다”고 입을 모았다. 센터가 상담한 유형별 분포를 보면 이 같은 설명이 그대로 드러난다. ‘임금·수당 등 금품 관련 위반’은 지난해 7월 23.5%에서 올해 7월 11.1%로 1년 사이에 절반 넘게 줄었다. 그나마 단순 임금체불은 일부에 그쳤다. 상담원 진롄쑤 씨(36ㆍ중국)는 “잔업수당이나 특근수당 등 기본급 외 수입에 대한 것이 대부분”이라고 말했다. 반면 ‘외국인근로자보험 가입지원’은 1.5%에서 4.2%로 늘어 복지에 대한 관심이 높아졌음을 보여줬다.

나휘사 씨(30ㆍ우즈베키스탄)는 “회사 급식의 질이나 기숙사 환경 등 생활여건에 대한 상담도 많아지고 있다”고 말했다. 우즈베키스탄은 맵고 짠 음식을 잘 먹지 않아 이 나라 근로자는 한국 음식에 적응하지 못하는 일이 많다. 그럴 때면 사업주의 절반 이상은 이들이 입에 맞는 음식을 먹을 수 있도록 조치해 준다는 게 나휘사 씨의 설명이다. 자르갈 씨(45ㆍ몽골)는 “기숙사에 바퀴벌레, 모기 등 해충이 많다는 상담을 종종 받는다”고 말했다.

출산 상담을 하는 외국인 근로자도 있다. 곽유이 씨(25ㆍ베트남)는 “한 달에 3~4번 여성 근로자들이 출산 상담을 해온다”며 “고용허가제 비자를 유지하면서 고향에 가서 아기를 낳고 다시 입국할 수 있도록 돕는다”고 전했다.

무나와로 씨(37ㆍ인도네시아)도 “예전에는 돈을 벌면 고향에 보내기 바빴는데 지금은 적금을 드는 사람이 늘고 있다”며 “외국인 근로자들이 초보적인 수준의 재테크도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센터는 사업주와 근로자 간의 문화적 차이로 문제가 생겼을 때 이를 해결해 주기도 한다. 찬슬레이티어 씨는 “올해 초 한 사업주가 근로자에게 전염병이 있다고 도움을 요청했다”며 “알고 보니 근로자가 나쁜 피를 빼내는 고향의 민간요법을 쓴다고 몸을 사포로 문질렀던 것”이라고 말했다.

찬슬레이티어 씨는 전염병이 아니라고 말해 사업주를 안심시키는 한편 근로자를 설득해 민간요법을 멈추도록 했다. 김 매니저는 “외국인 근로자가 많아지면서 사업주와 근로자가 경제적인 관계를 넘어 문화적으로도 점점 서로를 이해하고 있다”고 말했다.

센터는 내년에 미얀마어, 키르기스스탄어, 방글라데시어를 상담가능 언어에 추가할 계획이다. 고용노동부 관계자는 “기획재정부에 예산 증액을 요청했다”며 “이른 시일 내에 20개 언어 지원이 가능하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양병훈 기자 hu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