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에 폭염이 기승을 부리고 있는 가운데 호흡기 질환 등 여름철 질병에 대한 경고도 곳곳에서 나오고 있다. 질병관리본부는 올여름 들어 파라인플루엔자바이러스(PIV) 감염이 증가하고 있다며 ‘30초 손씻기’ 등 개인 위생에 만전을 기할 것을 권고했다. 또 일본뇌염과 A형간염에 대한 주의 역시 당부했다. 폭염으로 인해 사람들의 면역력이 떨어지면 남녀노소를 대상으로 도처에서 바이러스가 공격해올 확률이 높아진다. 김우주 고대구로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감기 바이러스는 종류가 수백 가지로 다양해 한 번 걸리더라도 다른 감기에 얼마든지 걸릴 수 있는 만큼 개인 위생 관리가 중요하다”고 말했다. 여름철 건강을 위협하는 주요 바이러스성 질환과 대처법을 살펴본다.

◆PIV 주의보

질병관리본부는 임상감시 결과 6월 하순부터 PIV 검출률이 증가하기 시작해 지난달 1~7일에는 지난 4년간 연평균 검출률 1.4%보다 10배나 높은 14%에 달했다고 밝혔다. PIV는 주로 영유아나 어린이에서 호흡기 질환을 유발하며 대부분 열을 동반한 코감기, 인후염, 기관지염 증상을 보인다. 노인이나 면역력이 결핍된 환자에게선 심한 하기도감염증(폐렴, 후두염 등)을 유발할 수 있다. 특히 영유아의 경우 컹컹 짖는 듯한 기침이 나오는 급성후두기관지염이 발생하며 방치할 경우 폐렴 등으로 이어지기 쉽다.

PIV는 부엌 조리대나 장난감, 담요 이불, 사용하고 난 휴지 등 일상생활의 물건에서 쉽게 감염될 수 있다. 가족 구성원이 많거나 어린이집 등 집단생활을 하는 아기들의 경우 상대적으로 감염 확률이 높다. 잠복기는 보통 2~7일 사이다.

현재 PIV 감염을 예방할 수 있는 백신은 없다. 급성상기도감염증(감기 중이염 등)의 원인으로는 많은 호흡기바이러스가 있고, 바이러스마다 계절적인 유행양상이 있지만 아직 인플루엔자(독감) 바이러스를 제외하고는 백신이 개발돼 있지 않기 때문이다. 질병관리본부 측은 “모유에 있는 항체가 PIV 1·2형(가을 겨울에 유행)감염으로부터 신생아를 보호해주는 것으로 알려진 만큼 영유아 감염을 막기 위해서는 모유를 수유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조언했다. 다만 주로 봄과 여름에 발생하는 PIV 3형의 경우는 손씻기 등 개인 위생수칙을 철저히 지키는 것이 유일한 예방법이다.

◆일본뇌염·A형간염도 조심

질병관리본부는 전국에 일본뇌염 경보를 발령했다. 일본뇌염 매개모기(작은 빨간집 모기)에 물린 사람의 95%는 무증상이지만 일부는 뇌염으로 진행, 고열 두통 복통 혼수 의식장애 등의 증상을 보일 수도 있다. 질병관리본부 측은 “영유아 때 받는 3회 접종 외 이후 만 6세, 12세 때 받아야 하는 4, 5차 추가접종률이 매우 낮은 만큼 충분한 면역력 유지를 위해 보호자와 학교 등에서 각별한 관심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5차 접종을 모두 마치지 않은 성인은 과거 예방접종을 받았더라도 일본뇌염에 걸릴 가능성이 있다는 얘기다. 이재갑 한림대강남성심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일본뇌염은 한 번 걸리면 대증치료(증상완화 치료) 외에는 특별한 치료제가 없고 예방이 최선”이라며 “최근 일본에서 50~60대 이후 발병률이 높아지고 있어 국내에서도 노령층 발병 가능성을 염두에 둬야 한다”고 말했다.

질병관리본부는 수인성 감염병이자 여름철 발병률이 높은 A형간염에 대한 주의도 최근 당부했다. 바이러스에 오염된 음식물을 먹으면 감염되는 A형 간염은 평균 15~30일의 잠복기를 거쳐 고열 권태감 식욕부진 오심 진한소변 황달 등 증상이 발생할 수 있다. 특히 20대 이후 청장년층의 경우는 증상이 영유아나 소아보다 훨씬 심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A형간염은 예전에는 집단 발병 가능성이 크지 않은 ‘지정감염병’이었으나 2010년부터는 집단발병 가능성이 있는 1군감염병으로 변경돼 관리되고 있다. 본부 측은 “간질환이 있는 10~30대와 저개발국 등 해외에 장기 체류하는 경우, 소아는 A형간염 백신을 접종받는 것이 필요하다”고 권고했다.

이해성 기자 ih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