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의선 현대차 부회장, 간식 직접 배달하고 아이패드 선물
양궁 여자 개인전 결승이 열린 2일(한국시간) 런던 로즈크리켓 그라운드. 슛오프(연장전)에서 극적으로 금메달을 딴 기보배가 백웅기 여자대표팀 감독의 손을 잡고 관람석으로 뛰어갔다. 그는 정의선 현대자동차 부회장(대한양궁협회장·42)과 포옹하며 금메달의 기쁨을 뜨겁게 나눴다.

한국 양궁이 세계 최강으로 우뚝 설 수 있었던 배경에는 정 부회장과 현대자동차그룹의 20년에 걸친 후원이 있었다. 한국 양궁은 런던올림픽에서도 금메달 3개, 동메달 1개를 따며 전통적인 ‘효자종목’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

◆대를 이은 양궁 사랑

정의선 현대차 부회장, 간식 직접 배달하고 아이패드 선물
정 부회장의 양궁에 대한 애정은 남다르다. 대표 선수들은 물론이고 코칭스태프와도 친밀하다. 여자 단체전에서 금메달을 딴 지난달 29일엔 기보배, 최현주, 이성진과 함께 ‘눈물의 포옹’을 나눴다. 남자 단체전이 열린 날엔 임동현 선수 옆에서 우산을 쓰고 경기를 관람하기도 했다. 백 감독은 경기를 마친 뒤 인터뷰에서 “(정의선) 회장님이 직접 런던에 와서 응원해준 게 큰 힘이 됐다”며 고마움을 표시했다.

정 부회장의 양궁 사랑은 아버지 정몽구 현대자동차 회장에서 대를 이어 계속되고 있다. 1988년 서울올림픽 개최가 확정된 뒤 당시 전두환 대통령이 올림픽 준비를 위해 각 경기단체를 기업인들에게 맡기면서 현대가(家)와 양궁의 인연은 시작됐다. 정 회장은 1985년 대한양궁협회장 취임 후 1997년까지 12년간 네 차례 회장을 맡았고 이후 명예회장으로 한국 양궁을 지원해왔다. 정 부회장은 2005년부터 대한양궁협회장을 이끌고 있다. 이 기간에 현대차가 대한양궁협회에 투자한 돈은 200억원이 넘는다.

한국 양궁 선수단은 올림픽 첫 출전이었던 로스앤젤레스(LA)올림픽에서 금메달을 따낸 이후 런던올림픽까지 금메달 19개, 은메달 9개, 동메달 6개를 휩쓸며 세계 최강의 자리를 확고하게 다졌다.

◆두둑한 포상금도 쏜다

정 부회장은 런던올림픽 개막 전날인 지난달 26일부터 런던으로 날아가 선수단을 지원해왔다. 출국 전 선수들에게 “긴장하지 말고 잘 싸워라. 자신을 믿고 평소에 연습하던대로만 하라”고 격려하며 사기를 북돋우던 그는 우리 선수들이 출전하는 모든 경기장을 찾아 응원전을 펼쳤다.

정 부회장은 선수들이 출국하기 1주일 전에는 2~3차례 연습장을 찾아 간식을 제공하며 격려했다. 선수들이 음악으로 심신의 안정을 찾도록 2008년 MP3에 이어 올해 아이패드를 선물하는 등 세심한 면모도 보였다.

양궁 선수단이 올림픽을 마치고 돌아오면 두둑한 포상금도 줄 계획이다. 2010년 광저우아시안게임에서 4개의 금메달을 모두 딴 양궁 선수단에게 총 5억4000만원을 지급한 것으로 미루어 그보다 많을 것으로 전망된다.

그의 양궁 사랑은 국내에만 머무르지 않고 세계로 향하고 있다. 양궁 저개발국에 순회 지도자를 파견하고 양궁 장비를 지원하는 등 한국 양궁의 힘을 지구촌 곳곳에 전파하기 위한 지원사업에도 열을 올리고 있다.

서기열/전예진 기자 philo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