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월스트리트의 그릇된 탐욕이 다시 한번 세상에 드러났다.

스위스 최대 은행인 UBS의 뉴욕지점에서 일하던 한 고위직 애널리스트가 최근 “회사가 왜곡된 보고서를 강요하고 말을 듣지 않는다는 이유로 해고했다”며 은행을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다. 지난 3월에는 골드만삭스의 한 임원이 회사를 그만두면서 “경영진이 고객들을 ‘머저리(muppet)’라고 부른다”는 내용의 기고문을 뉴욕타임스(NYT)에 실었다. 대형 은행 임직원들의 폭로가 잇따르면서 월스트리트의 주요 은행들은 바짝 긴장하고 있다.

2일(현지시간)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UBS에서 상업용모기지채권(CMBS) 담당 선임 전략가로 일하던 트레버 머레이는 이날 뉴욕 맨해튼 법원에 UBS를 상대로 고소장을 제출했다. 지난 2월 해고당한 머레이는 “CMBS 거래 및 상품설계를 담당하는 직원들로부터 보고서를 조작하라는 압력을 받았다”고 주장했다.

머레이는 2007년 5월부터 UBS에서 CMBS 담당 애널리스트로 일하다 2009년 9월 인력 구조조정을 이유로 해고됐다. UBS는 지난해 5월 CMBS 사업을 다시 키우겠다며 그를 복직시켰다.

이후 트레이더들과 모기지 담당자들은 그에게 “UBS의 상품과 투자 포지션에 유리한 보고서를 내라”고 압박했다. 한 트레이더는 그를 복도에서 불러 세운 뒤 “시장에 비관적인 보고서를 쓰지 말라”고 훈계하기도 했다. 이런 사실을 동료와 상사들에게 알렸지만 아무도 문제를 제기하지 않았고 오히려 자신만 해고됐다는 게 머레이의 주장이다. 지난 3월 골드만삭스 런던지점에서 근무하던 그레그 스미스 상무는 NYT에 기고한 ‘골드만삭스를 떠나는 이유’라는 글에서 “임원들이 고객을 ‘머저리’라고 부르는 것을 더 이상 지켜볼 수 없었다”며 고객 이익보다 회사 수익을 우선시하는 골드만삭스 문화를 비판해 파장을 일으켰다. 이 같은 내부 임직원들의 폭로와 리보(런던 은행 간 금리) 조작 스캔들 등이 겹치면서 월스트리트 기업 문화에 대한 비판은 더욱 거세지고 있다.

뉴욕=유창재 특파원 yoocoo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