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리오 몬티 이탈리아 총리와 마리아노 라호이 스페인 총리가 2일(현지시간) “구제기금을 통한 자국 국채 매입은 시기상조”라고 말했다.

유럽중앙은행(ECB)이 재정위기국 국채를 직접 사들일 수 있다고 발표하자 구조조정과 긴축 조건이 따라붙는 구제기금 요청을 하지 않겠다는 주장이다. 긴축 부담을 줄이려는 포석이란 분석이다.

양국 총리는 이날 스페인 마드리드에서 정상회담을 갖고 공동 기자회견을 통해 이같이 발표했다.

몬티 총리는 “차입비용이 치솟는 것을 막기 위한 노력은 필요하다”면서도 “구제기금을 얘기하는 것은 시기상조”라고 말했다. 라호이 총리도 “국채 금리를 떨어뜨리기 위해 비전통적 정책을 사용할 준비가 돼 있다는 ECB의 발표 내용이 아주 긍정적이었다”며 구제기금 요청 가능성을 부정했다.

몬티 총리는 “다른 정부들과 협력해 유럽이 재정위기를 극복할 수단을 마련하는 것이 우리의 목적”이라고 덧붙였다. 두 정상은 이날 회담에서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양국이 적극 협력하기로 했다.

파이낸셜타임스는 양국 총리가 구제기금 신청시 예상되는 긴축 요구에 따른 정치적 부담을 우려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유럽재정안정기금(EFSF)은 구제기금 집행의 조건으로 해당 국가가 강력한 구조조정에 동의할 것을 내걸고 있다. 국제통화기금(IMF) 역시 구제기금 집행 국가에 대한 구조조정 감독 권한을 요구하고 있다.

양국 총리는 이미 세금 인상과 복지 감축 등으로 국민들의 반발에 부딪치고 있다. 이탈리아에서는 긴축에 반대하는 신생 정당인 ‘오성(五星)운동당’이 최근 여론조사에서 20%의 지지율을 얻으며 급부상했다. 연립여당에서는 조기 총선 실시 목소리까지 나오는 등 몬티 총리의 정치적 입지가 약화되고 있다.

한편 세계 최대 채권펀드인 핌코의 빌 그로스 회장은 블룸버그TV와의 인터뷰에서 “ECB 발표와 관련된 구체적인 논의가 다음주까지는 나와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정책당국자들이 실제로 발표와 관련된 내용을 이행하지 않으면 해당 국가 국채에 대한 신뢰도 회복되지 않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에르키 리카넨 ECB 정책위원회 이사는 3일 “준비가 끝나는 대로 국채 매입을 행동으로 옮길 것”이라고 밝혔다. 구체적인 국채 매입 시기와 방법 등이 발표되지 않아 금융시장에 퍼진 실망감을 차단하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노경목 기자 autonom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