런던올림픽을 계기로 영국 작가들에 대한 컬렉터들의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인물화의 거장’ 프랜시스 베이컨, 루치안 프로이트, 헨리 무어 등의 작품은 ‘큰손’ 컬렉터들의 투자 ‘사냥감’이다. ‘화단의 악동’ 데이미언 허스트를 비롯해 마크 퀸, 트레이시 에민, 샘 테일러우드 등 영국의 젊은 현대미술가 그룹 ‘yBa(young British artists)’도 슈퍼 리치들의 관심권에 들어있다.

◆베이컨 세계 랭킹 9위

프랑스 미술정보업체 아트프라이스닷컴에 따르면 지난해 베이컨의 경매 낙찰총액은 1억2920만달러로 세계 랭킹 9위를 기록했다. 지난 5월 소더비가 뉴욕에서 연 경매에서 베이컨의 ‘거울 속에 비친 얼굴’은 수수료 포함, 4488만달러(약 529억원)에 팔렸다. 2008년 5월 소더비 런던경매에서는 첼시 구단주인 러시아 석유 재벌 로만 아브라모비치가 베이컨의 1976년작 ‘삼면화(the Triptych)’를 8628만달러에 구입해 화제를 모았다. 현대인의 고독과 불안을 일그러진 인물초상으로 형상화한 이 작품은 영국 출신 작가 작품 가운데 최고 낙찰가 기록을 세웠다. 베이컨이 국제 현대미술시장의 ‘황제주’임을 과시한 셈이다.

정신분석학자 지그문트 프로이트의 친손자로 영국에서 활동한 천재화가 루치안 프로이트 역시 대표적인 ‘블루칩 작가’로 인정받는다. 그의 1995년 작품 ‘베네피츠 슈퍼바이저 슬리핑(Benefits Supervisor Sleeping·잠자고 있는 사회복지 감독관)’은 2008년 5월 뉴욕 크리스티 경매에서 3360만달러(약 380억원)에 낙찰돼 센세이션을 불러일으켰다.

영국 현대조각의 개척자 헨리 무어 작품도 큰손들의 자산 투자 대안이 되고 있다. 1990년대 말만 해도 무어의 청동 조각은 점당 200만~300만달러에 거래됐다. 최근 들어 작품값이 수직상승하고 있다. 2월 런던 크리스티 경매에서 1951년 작 ‘누워있는 여인-축제’는 추정가 350만~550만파운드보다 5배 높은 1908만파운드(약 336억원)에 새 주인을 찾아갔다. 무어의 작품은 지난해 경매에서 3209만달러어치가 팔리며 세계 60위에 랭크됐다.

컨템포러리 작가로는 데이미언 허스트가 지난해 경매 낙찰총액 2493만달러를 기록, 세계 랭킹 74위에 올랐다. 허스트 작품의 점당 평균 가격은 6만1875달러. 최고가로 낙찰된 작품은 2008년 런던 소더비 경매에서 대형수조에 포름알데히드 용액을 채우고 실제 소를 집어넣은 작품 ‘황금 송아지’로 낙찰가는 1035만파운드(약 203억원)다.

◆작년 런던 경매시장에 2조500억원 몰려

런던 미술시장은 지난해 말 유럽 재정위기에 직격탄을 맞았다가 서서히 회복세를 타고 있다. 세계적인 미술품 경매회사 크리스티 런던에는 올 상반기 9200억원의 자금이 유입되며 시장의 활력을 키웠다.

지난해 영국의 경매시장 규모는 2조5000억원을 웃돌았다. 전년 같은 기간보다 23% 늘어난 것이다. 영국은 세계 미술시장의 19.4%를 차지하며 중국(41%), 미국(25%)을 추격하고 있다.

‘yBa’ 작가들이 국제 화단에서 맹활약하며 활기를 이끌었다. 영국 정부가 이 작가들의 작품을 정기적으로 구입하고, 미술품 구입 비용을 무이자로 융자해주는 프로그램도 시행하고 있다. 이학준 서울옥션 대표는 “영국의 미술 진흥 프로그램은 국민들의 문화 향수권 신장에 큰 영향을 줬다”고 말했다.

김경갑 기자 kkk10@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