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적인 비올리스트 노부코 이마이, 미켈란젤로현악사중주단과 대관령국제음악제

“벌써 30년 전이지만 어제 같아요. (정)경화와 영국에서 모차르트 협주곡을 함께 연주했던 때가 생생하죠. 당시 2주 정도 붙어 지냈지만 서로 해외 연주 때문에 바빠서 볼 기회가 없었어요. 그런데 이렇게 60대의 음악가가 되어 대관령에서 다시 만나게 됐네요.”

지난주 대관령국제음악제에서 만난 비올라의 여제 노부코 이마이(69·사진)는 바이올린의 여제 정경화와의 인연을 이렇게 떠올렸다.

도쿄 도호 가쿠엔 음악학교, 예일대 음대, 줄리어드 음대를 차례로 졸업하고 뮌헨, 제네바 국제 콩쿠르 등에서 최고상을 휩쓴 노부코 이마이는 20대 때부터 이 시대 최고의 비올라 주자로 떠올랐다. 지금까지 베를린필하모닉, 로열콘체르트허바우, 런던심포니, 시카고 심포니 등 저명 오케스트라와 협연을 해왔다. 스무 살 때까지는 바이올린을, 미국 유학 시절 우연한 기회에 비올라 음색에 반해 스물 한살 때부터 비올리스트로 전향했다.

일흔의 나이를 바라보는 지금도 10년 전 창단한 미켈란젤로 현악사중주단의 비올리스트로 세계 무대를 누비는 그는 “음악만이 젊음과 건강의 비결이고, 연주를 할 때마다 에너지가 상승하는 기분이 든다”고 말했다. 그는 현재 스위스 제네바에서 살면서 암스테르담 음악원과 제네바 음악원, 크론베르크 국제아카데미, 도쿄 우에노 대학교를 오가며 후학을 양성하고 있다. 2009년에 이어 두 번째 대관령음악제를 찾은 그는 “중국, 대만, 홍콩, 일본, 한국 등 아시아의 재능있는 학생들이 한꺼번에 음악을 배우러 모이는 행사는 전세계에 유일하다”고 말했다.

노부코 이마이는 이번 대관령음악제에서 비올라를 배우는 학생들에게 마스터클래스를 진행했다. 그는 “비올라는 바이올린처럼 독주의 기교를 뽐내는 악기도 아니고 첼로처럼 묵직한 울림을 주는 악기는 아니지만 마음 속 수많은 감정을 전달할 수 있는 영혼의 악기”라면서 “감정을 끌어내는 게 가장 중요하기 때문에 어린 친구들을 가르치기 어렵지만 또 보람이 크다”고 말했다. 그는 “바이올린이 와인의 라벨이라면 첼로는 와인 병, 비올라는 그것의 안에 담긴 와인과 같다”고 비유했다. 실내악단에서 비올라가 어떻게 연주하느냐에 따라 완전히 다른 색의 음악이 만들어진다는 것.

그는 지난 2일과 3일 ‘대관령음악제 저명연주가 시리즈’에서 베토벤 현악사중주 E단조 ‘라주모프스키’와 브람스 피아노 오중주 등을 미켈란젤로 현악사중주단과 연주했다.

이마이는 이제 눈빛만 봐도 통하는 10년 지기 실내악단 멤버에 대해 “바이올리니스트 미하엘라 마르틴과 첼리스트 프란츠 헬머슨 부부와는 페스티벌에서 우연히 협연을 했다가 소리가 너무 잘 맞아 자신의 일본 카잘스홀 연주회에 초대한 게 인연이 됐다”며 “10년간 나의 그룹이 있다는 것이 든든하고 올해는 베토벤 협주곡을 모두 연주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고 소개했다. 세계적인 음악 페스티벌의 단골 실내악단이 된 미켈란젤로 현악사중주단에는 최근 바이올리니스트 스테판 피카드가 새 멤버로 합류했다.

노부코 이마이는 바이올린을 위한 바흐 무반주 파르티타, 무반주 첼로곡 등을 비올라 곡으로 편곡해 연주하고 현대음악에도 탁월한 해석력을 가진 연주자다. 그는 “비올라라는 악기에 한계가 없고, 무한한 가능성이 있다는 것을 보여주려는 노력이었다”며 “이 노력은 아마 나의 생을 마칠 때까지 계속 될 것”이라고 말했다.

평창=김보라 기자 destinybr@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