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1년 결혼한 아내 A씨와 남편 B씨의 결혼생활은 순탄치 않았다. A씨는 신혼 초 B씨의 전 부인의 흔적을 발견한 후 B씨의 여자관계를 의심하기 시작했고, B씨의 잠버릇을 이유로 각방을 쓰기도 했다. 이들의 결혼생활은 자녀들이 학업에서 좋은 성적을 거두지 못한 원인을 서로의 탓으로 돌리면서 A씨가 시아버지 병원비 송금을 거부하자 격분한 B씨가 생활비를 190만원에서 100만원으로 줄인 뒤 더 심각해졌다. A씨가 B씨의 반대에도 성형수술을 하고, 인터넷 동호회에 몰두하면서 이혼 이야기가 오가게 됐다.

그러던 중 2009년 A씨는 불륜을 저질렀고, 그 다음해인 2010년 B씨는 지인에게서 “A씨의 성관계 장면이 담긴 동영상이 인터넷에 유출됐다”는 말을 듣고 동영상을 입수했다. B씨는 집에 자녀들이 있는데도 소리를 크게 해 동영상을 틀었고, 자녀에게 이 동영상 일부 장면을 인화한 사진을 보여주기까지 했다.

서울가정법원 가사1부(수석부장판사 손왕석)는 이들 부부의 이혼 및 재산분할 등 소송 항소심에서 이혼하되 남편의 잘못을 감안해 통상적인 액수보다 남편이 받아야 할 위자료를 2000만원으로 낮추는 판결을 했다고 6일 밝혔다.

재판부는 “상당 기간 부정행위를 저지른 A씨에게 혼인 파탄의 중대한 책임이 있다”고 인정하면서도 “B씨가 자녀에게 아내의 불륜 동영상 존재를 알리는 부적절한 행동을 한 점을 감안해 위자료를 감경한다”고 판결했다. 서울가정법원 관계자는 “불륜 수위가 성관계에 이르고 분할 대상 재산이 1억7000만원 정도일 경우 통상 위자료 액수는 3000만~4000만원”이라고 설명했다.

이고운 기자 cca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