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계에 30년 동안 몸담으면서 학생들에게 가장 필요한 건 인성교육이란 결론을 얻었습니다. 그리고 보다 더 효과적인 인성교육을 위해 가정을 교육의 울타리 안으로 끌어들이는 게 중요하다는 생각도 갖게 됐어요.”

‘효(孝) 장학금제도’를 최근 특허 출원한 박상준 공주대 공과대학장(59·사진)은 “공자는 말할 것도 없고 서양의 소크라테스도 부모를 섬기줄 모르는 사람과는 사귀지 말라고 했다”며 이같이 말했다. 장학제도를 특허 출원한 사례는 국내에서 이번이 처음이다.

그가 고안한 효장학제도는 학교와 학부모, 학생이 함께 참여해 교육 효과를 극대화하는 방식이다. 키 포인트는 돈의 흐름을 바꾸는 데 있다.

먼저 학부모가 자녀에게 주던 용돈을 학교발전기금으로 기부하고, 자녀의 효행평가표와 효행수기를 학교에 제출한다. 학교는 이를 기반으로 학부모의 기부액에다 대학 측 장려금을 매칭해 장학금을 지급한다. 100만원을 기부한 학부모 자녀가 최고 등급을 받으면 학교 측에서 30만원을 더해 130만원의 장학금을 지급하는 식이다. 효행 점수가 나쁠 경우 기부액보다 적은 장학금을 받는다. 학생의 효행 평가는 전적으로 부모가 담당한다.

“시행 초기에는 학부모들이 더 많은 장학금을 받기 위해 자녀에게 후한 점수를 주지 않겠느냐는 우려가 많았습니다. 하지만 자녀를 과대평가하면 부모와 자식 간에 불신이 쌓이면서 교육 효과가 사라지기 때문에 정직한 평가를 할 수밖에 없습니다. 가정에서 신뢰가 쌓이기 시작하는 거죠.”

이 제도는 기대 이상으로 좋은 효과를 거두고 있다. 학생의 인성교육에 도움이 될 뿐만 아니라 장학생이라는 자긍심도 심어준다. 학부모들은 착한 자녀 만들기에다 덤으로 연말정산시 기부금 공제 혜택을 받게 된다. 처음으로 도입한 지난 겨울방학 때 이 제도에 참석한 학생은 190여명. 장학금 규모는 3억5000만원에 달했다. 이번 여름방학에는 220여명이 참여하고 있다.

박 학장은 “강요하지 않는데도 회를 거듭할수록 참여자가 늘고 있다”며 “자녀들의 달라진 모습에 흐믓해 하는 학부모들의 표정을 바라볼 때 보람이 느껴진다”고 말했다. 그는 장학금을 10억원까지 늘리겠다는 목표를 잡았다.

박 학장은 특허청에서 내달 초면 특허등록이 완료된다는 통보를 받았다. “특허를 통해 돈을 번다거나 제도를 배타적으로 활용하겠다는 게 아니라 독창성을 널리 알리고 이 장학금에 담긴 정신을 보존하기 위해서입니다.” 그는 많은 사람들이 장학제도를 활용할 수 있도록 책자를 제작,배포에 들어갔다. “이 제도가 널리 확산돼 의미있는 교육 효과를 거둘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최규술 기자 kyusu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