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누리당 경제민주화실천모임의 주장대로 현대자동차그룹이 그룹 내 순환출자 고리를 끊으려면 얼마의 비용이 필요할까. 재벌닷컴은 6조860억원(7월2일 종가 기준)이 든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현대차 계산으로는 훨씬 많이 필요하다. 주식 매각 차익에 대한 세금이 포함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마저 경영권 방어를 생각하면 사실상 불가능한 일에 가깝다.

현대차그룹은 ‘현대차→기아차→현대모비스→현대차’와 ‘현대차→기아차→현대제철→현대모비스→현대차’로 연결되는 두 가지 순환출자 구조를 갖고 있다. 정몽구 현대차그룹 회장은 현대차와 현대모비스 지분을 각각 5.17%, 6.96% 보유하고 있다.

새누리당이 말하는 ‘가공의결권’ 개념을 적용해 마지막 순환고리를 차단하려면 어느 한 군데를 끊어야 한다. 마지막 순환고리가 어디인지는 불분명하다. 하지만 현대모비스를 마지막 고리로 보고 모비스가 투자한 현대차 지분에 대해 총수(정 회장)의 의결권을 제한하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 현대차는 경영권 방어를 위해 모비스가 보유한 현대차 지분을 정 회장 등 오너나 다른 계열사를 통해 사들여야 한다.

모비스가 보유한 현대차 지분 20.78%(4578만2023주)를 매입하려면 10조7000억원(3일 종가 23만3000원 기준)의 비용이 소요된다. 비용이 가장 적게 드는 기아차-모비스, 제철-모비스로 이어진 순환출자 고리를 해소하는 데도 6조5000억원가량이 필요하다. 기아차가 보유 중인 모비스 지분(16.88%·1642만여주) 가치가 4조8624억여원, 제철이 갖고 있는 모비스 지분(5.66%·550만4000여주) 가치가 1조629억여원에 이르기 때문이다. 순환출자로 연결된 현대차 기아차 모비스 제철 외의 계열사가 이만한 금액으로 지분을 인수하는 데는 무리가 따른다.

이뿐만 아니라 매각차익에 대한 법인세를 내야 한다. 현대차 주요 계열사들의 주가는 순환출자가 이뤄진 당시보다 크게 올랐기 때문에 일각에서는 세금만 2조원에 이를 것으로 추산했다.

삼성그룹도 사정은 비슷하다. 삼성은 ‘삼성에버랜드→삼성생명→삼성전자→삼성SDI→삼성물산→삼성에버랜드’로 이어지는 출자구조를 갖고 있다. 생명 물산 화재가 가진 전자 지분의 의결권(12%)이 사라지면 경영권에 문제가 생길 수 있다.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을 포함해 의결권을 행사할 수 있는 지분이 5% 남짓으로 줄기 때문이다. 경영권을 보호하기 위해 삼성생명이 보유한 1101만여주를 다른 계열사에 매각하려면 비용만 13조원가량이 든다. 현대차 관계자는 “외환위기 당시 기아차 해외 매각에 실패한 정부는 현대차에 인수를 요청했다”며 “부도난 기아차를 현대차가 인수하면서 순환출자 구조가 생성됐다”고 말했다.

이건호 기자 leek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