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화건설 이라크 신도시 수주(77억5000만달러), 현대건설 베네수엘라 정유공장 수주(21억달러), GS건설 사우디아라비아 석유화학단지 수주(18억달러), 대림산업 사우디 합성고무플랜트 수주(7억1000만달러)….’

최근 들어 해외에서 굵직굵직한 대형 수주 낭보가 자주 날아들고 있다. 국내 시장이 침체되자 건설사들이 전 세계를 누비며 공격적으로 수주 활동을 한 결과다. 국내 건설시장이 성숙기에 접어들었다고 판단한 대형 건설사들은 새로운 시장을 찾아 전 세계를 누비고 있다. 대형 건설사들이 해외 매출 비중을 50% 이상으로 끌어올리는 것을 목표로 잡고 있어 해외 건설 공사는 건설사들의 새로운 수익원이자 성장동력으로 자리매김할 전망이다.



◆굵직한 수주 잇달아

과거 수주한 해외건설 공사는 단순 토목·건축 공사가 많았다. 최근 수주한 공사는 고도의 기술을 필요로 하는 프로젝트가 대부분이다. 플랜트, 원전, 발전소, 초고층건물, 대규모 신도시 등이 대표적이다.

한 건당 공사금액이 10억달러가 넘는 경우도 흔하다. 최근 한화그룹이 이라크에서 수주한 신도시 건설 공사의 규모는 77억5000만달러에 달한다. 2009년 한국전력 컨소시엄이 수주한 아랍에미리트(UAE) 원전은 공사비가 186억달러에 달한다. 당시 한국전력과 현대건설 컨소시엄은 프랑스의 아레바, 미국의 WEC GE 등 원전 분야에서 원천 기술을 가진 세계적인 기업들과 경쟁해 공사를 따냈다.

대규모 수주가 이어지면서 해외건설이 우리 경제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커지고 있다. 해외건설 수주액은 2007년 398억달러를 기록해 단일품목 1위로 올라선 뒤 4년째 1위를 유지하고 있다. 2010년 현재 한국 건설사의 세계시장 점유율은 4.8%로 세계 7위 수준이다.

그동안 수행한 공사 중에는 전 세계 건설사에 이름을 남긴 기념비적인 프로젝트도 많다. 동아건설은 1983년 리비아에서 대수로공사를 105억6000만달러에 수주, 단일공종으로는 세계 최대 규모의 공사라는 기록을 세웠다. 1984년 6월 시작된 공사는 19년 뒤인 2003년 12월에 마무리됐다.

전 세계에서 가장 높은 건물도 한국 건설사가 지었다. 삼성물산이 UAE 두바이에서 2009년 완공한 ‘부르즈 칼리파’는 828m로 전 세계 최고층 빌딩이다. 삼성물산은 이 공사를 3억600만달러에 수주, 47개월 만에 공사를 끝냈다.

◆“2020년 수주 총액 1조달러 목표”

지난 6월 우리 건설사들은 해외건설 수주 5000억달러 시대를 열었다. 1965년 태국의 고속도로 공사를 시작으로 47년 만에 달성한 업적이다. 전체 수주 금액 중 2007년 이후 최근 5년간 수주한 금액이 3000억달러에 달한다. 최근 중동 아프리카를 중심으로 제2의 건설 붐이 일고 있어서다.

이 같은 추세로 가면 해외수주 5000억달러 달성은 47년이 걸렸지만 1조달러 달성 시기는 훨씬 앞당겨질 것으로 보인다. 정부의 ‘건설산업선진화 비전 2020 보고서’를 보면 올해 목표 수주액을 700억달러로 전망하고 있고, 최근 5년간 평균 수주액은 595억달러에 이른다. 2020년이면 누적수주액 1조달러 달성이 가능할 것으로 예상되는 까닭이다.

◆개선해야 할 과제도 많아

수주 지역 다변화 노력에도 불구하고 중동 지역 편중 현상은 여전하다. 올 상반기 까지 누적 수주액 중 중동지역이 차지하는 비중이 전체의 60%를 차지한다. 국가별로는 사우디아라비아(1047억달러), UAE(601억달러), 리비아(366억달러), 쿠웨이트(275억달러) 순이다.

올해도 전체 수주액(213억5200만달러) 가운데 중동 지역 수주액(146억2700만달러) 비중이 68%에 달한다. 전쟁 천재지변 등으로 중동 지역 발주 물량이 줄어들면 전체 해외 수주 물량이 급감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는 만큼 지역 다변화가 시급하다고 건설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샌드위치 신세가 될 것이란 우려도 많다. 아직 국내 건설사들은 미국이나 프랑스 등 선진국 리딩기업들에 비해 기술력과 자금동원 역량 등의 측면에서 뒤처지는 게 사실이다. 이런 마당에 중국과 인도 등 신흥국 기업들이 무섭게 치고 올라오고 있다.

공종도 아직은 만족할 만큼 다양하지 못하다. 국내 건설사들의 주력 진출 공종은 석유화학·발전 등 플랜트 EPC(설계·조달·시공) 분야다.

선진화된 사업구조 재편도 과제다. 최근 외국 건설사들은 단순 EPC보다는 스스로 사업을 개발하고 자금을 조달해 운영까지 맡는 민간개발사업에 적극적으로 진출하고 있다. 발전 분야의 민자발전(IPP), 공공 분야의 민관협력사업(PPP) 등이 좋은 예다. 국내에서는 삼성물산 SK건설 포스코건설 등이 주로 진행하고 있지만 아직까지는 발전사업에만 국한돼 있다.

기존 EPC 사업의 수익성을 제고하는 데도 힘써야 한다. 국내 건설사의 설계와 시공능력은 상당한 수준에 올라 있다. 하지만 조달 부문은 여전히 해외 업체에 상당 부분 의존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전체 공사비 중 조달 부문의 비중은 약 40% 정도다. 10억달러짜리 공사를 수주하면 이 중 4억달러는 장비 부품 등 조달에 쓰인다는 의미다. 이를 우리 기업들이 가져올 수 있다면 해외건설 수익성은 더욱 좋아질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조성근 기자 trut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