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TX그룹주들이 유동성 우려 해소 기대를 바탕으로 동반 급등하고 있다.

'1조원대 거부'로 알려진 이민주 회장의 에이티넘파트너스가 STX에너지 지분 인수전에 참여했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투자심리가 개선된 덕이다.

전문가들은 STX에너지 지분 매각건이 성공적으로 성사될 경우 단기적으로 STX그룹 유동성에 숨통이 틜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6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에이티넘파트너스와 스틱인베스트먼트 등 사모펀드(PEF) 4곳은 STX에너지 지분 49% 인수 본입찰에 참여했다.

STX그룹은 당초 재무구조 개선을 위해 주채권은행인 산업은행과 절반씩 출자해 1조원 규모의 특수목적회사(SPC)를 만든 뒤 우량 자회사를 SPC에 넘겨 유동성을 마련하려 했으나 협상을 잠정 보류하고 자회사 지분을 개별 매각하기로 합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엄경아 신영증권 연구원은 "어차피 펀드 구성의 목표가 유동성 확보였기 때문에 펀드 구성 없이 개별 지분 매각이 가능하다면 그냥 추진할 수도 있다"며 "매각을 진행한다면 3000억~4000억원 정도의 자금수혈이 가능할 듯 하다"고 추정했다.

STX그룹은 2008년 하반기 이후 해운, 조선 경기의 침체가 장기화되면서 현금 창출력이 떨어졌고, STX유럽 인수, 중국 대련 조선기지 건설, 대규모 선박 투자에 따른 자금소요가 지속되면서 그룹 전반적으로 외부차입이 확대된 상태다.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말 연결 기준 차입금은 약 13조원, 국내 차입금은 10조원 수준으로 추산된다.



이 가운데 이번 STX에너지 지분 매각이 성공적으로 이뤄진다면 당분간 STX그룹의 유동성 우려는 잦아들 수 있을 것이란 관측도 나왔다.

채권업계에 따르면 오는 10월 1000억원 규모의 STX중공업 회사채를 제외하면 올해 하반기 중 STX그룹 내에서 특별히 큰 규모의 회사채 만기 도래는 없는 상태다. 다만 11월 STX팬오션의 해외 CB의 조기상환 청구가 가능해 상환 부담 가능성이 남아있는 상황이다.

엄 연구원은 "올해 7월까지 STX그룹의 주요 계열사 회사채 만기가 마무리됐기 때문에 STX에너지 지분 매각이 성사된다면 6개월 가량은 유동성 우려가 잦아들 수 있을 것"이라며 "해양특수선 전문 유럽 자회사인 STX OSV 매각 건이 지연되면서 그룹주들 주가가 유동성 리스크를 반영해 영업상황 대비 하락했는데 주가 할인상태가 일정부분 정상화될 수 있는 촉매가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강성진 동양증권 연구원도 "STX팬오션의 경우 올 하반기 2억달러(약 2300억원) 규모의 해외CB가 남아 있지만 회사 사정에 따라 전액 상환하지 않을 수 있고, CB 조기상환 청구를 감안해도 올해 자금조달에는 크게 무리가 없을 것"이라며 "STX에너지 지분 매각이 이뤄지면 STX팬오션의 투자심리 역시 개선되는 효과가 나타날 것"이라고 예상했다.

한편 이날 오후 1시30분 현재 STX는 전 거래일보다 2.99%(270원) 뛴 9300원에 거래되고 있다. 이와 함께 STX조선해양(4.49%), STX팬오션(3.74%), STX메탈(3.54%), STX엔진(2.37%)이 동반 상승하고 있다.

같은 시각 에이티넘인베트스는 9.52%(150원) 급등한 1725원을 기록 중이다.

한국거래소 코스닥시장본부는 에이티넘인베스트먼트에 대해 STX에너지 인수 추진 보도 관련 조회공시를 요구했다. 답변시한은 이날 오후6시까지다.

한경닷컴 오정민 기자 bloomi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