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주 미 중앙은행(Fed)와 유럽중앙은행(ECB)의 실망스러운 경기부양 발표에도 불구하고, 전세계 금융시장은 유로존(유로화 사용 17개국)을 중심으로 빠르게 안정권에 진입했다.

오히려 '드라기 발언' 등에 대한 재해석이 이뤄지며 8~9월 정책장세의 연장은 물론 위험자산까지 급등 랠리 조짐을 보이고 있다. 정보기술(IT), 자동차, 건설, 조선, 철강 등 국내 대표 경기민감주(株)들의 급등 현상도 진행 중이다. 이번 주 중국 지표들이 개선될 경우 경기민감주의 반등에 탄력이 붙을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다.
7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증시전문가들은 Fed의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와 ECB 정책회의(2일) 이후 국내 증시는 당분간 경제지표 발표 등에 민감하게 반응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미 추가 양적완화(QE3)는 사실상 4분기로 연기됐고, 유로존 역시 구체적인 유동성 확장 대책이 나오면서 안정권에 진입할 것으로 분석되고 있기 때문이다.

대우증권은 "전세계 금융시장의 현재 화두는 정책장세에 대한 대응방안과 위험자산에 대한 선호"라며 "특히 위험자산 선호 강도 측면에서 보면 유럽 사태를 바라보는 시장의 시각에 변화가 생기고 있다는 점에 주목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미국과 유럽의 정책 기대가 유효한 가운데 최근 미국의 고용지표 개선 등에 힘입어 IT, 자동차, 유통 등 경기관련주가 부각될 수 있으며 유럽의 리스크가 확산되기 어려운 분위기로 볼 때 조선, 건설, 기계 등 주요 산업재 관련주의 반등이 이뤄질 수 있다"라고 내다봤다.

이번 주 발표될 예정인 중국의 7월 경기지표가 경기민감주의 추가 모멘텀(상승동력)으로 작용될 수 있다는 분석이 관심을 모으고 있다.

임종필 현대증권 연구원은 "만약 이번 주 중국 경기지표들의 개선 조짐이 확인될 경우 그간 소외됐던 화학, 철강, 조선 등의 경기민감주들의 주가 상승에 추진력을 더해 줄 수 있을 것"이라며 "중국의 경기 개선 여부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라고 판단했다.

그는 "특히 6월 말부터 시작된 중국의 금리인하로 인한 유동성 증가와 이로 인한 경기부양 효과 가시화를 확인해야 한다"면서 "경험적으로 중국은 대출금리 6% 이하에서 통화량 증가 효과가 발생하는 만큼 현재 6%까지 낮아진 대출금리에 따른 유동성 증가가 이번 주 가시화될 수 있을 것"으로 예상했다.

서대일 KDB대우증권 연구원도 "중국의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1%대로 낮아질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수출 둔화와 투자 증가 등을 통해 중국 정부의 경기부양 정책 선회 가능성을 점검해 볼 필요가 있다"라고 조언했다.

단기적으로 8~9월까지 ECB의 구체적인 경기부양책, 미국 Fed의 추가 조치 등에 대한 기대가 열려 있는 동안 시장의 위험자산에 대한 선호도가 더 강해질 수 있다는 예상도 이어지고 있다.

오승훈 대신증권 연구원은 "Fed와 ECB의 정책 공조화가 실현되기 전까지 위험에 대한 선호가 더 강화될 것"이라며 "유럽 위험국 국채의 리스크 프리미엄 하락으로 더 위험한 자산에 대한 선택이 가능해 질 수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따라서 조선, IT, 에너지·화학 업종부터 주요 투자자들의 선호 현상이 확산될 수 있을 것으로 그는 판단했다.

이영원 HMC투자증권 연구원도 "최근 외국인이 안전자산 일변도에서 위험자산에 대한 선호로 급격하게 바뀌고 있다"면서 "당분간 글로벌 주식시장은 유동성에 기초한 가격 상승과정을 밟게 될 가능성이 높다"라고 진단했다.

그는 또 "이머징 마켓에서 외국인들의 주식 매수는 지난 1분기, 유럽의 저금리장기대출프로그램(LTRO) 집행 당시 이후 3개월 이상 공백기였는데 다시 재개되고 있는 모습"이라며 "ECB의 정책 대응이 이미 예고되고 있는 상황에서 외국인의 적극적인 이머징 마켓 공세는 본격화된 것"이라고 분석했다.

실제로 IT 대장주인 삼성전자의 최근 주가 강세도 외국인투자자들이 주도하고 있다. 김철중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삼성전자의 주가 강세는 외국인의 매수에 힘입은 결과"라며 "지난달 24일 애플 실적 쇼크 이후 삼성전자 외국인 투자자 순매수금액은 8900억원으로 같은 기간 외국인의 총 순매수(유가증권시장 기준) 금액 중 50%에 달한다"고 설명했다.

한편, 중국의 상해종합지수와 홍콩의 H지수 역시 이번 주들어 연일 급등 중인 가운데 철강, 건설, 전자, 화학 등 경기민감주들이 2~3%대 강세를 보이며 지수의 상승을 이끌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투자증권 이머징마켓팀은 이에 대해 "인민은행이 통화완화 확대 가능성을 언급해 지준율 인하 가능성을 높인 영향"이라며 "특히 자동차, 해운, 금속 등 경기민감주의 상승 폭이 상대적으로 커지고 있다"라고 전했다.

한경닷컴 정현영 기자 jh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