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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다산 칼럼] 잡초의 생명력에 경탄하지 말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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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농부에겐 논밭 망치는 대상일뿐
    경험없는 주장은 탁상공론 불과

    함인희 < 이화여대 교수·사회학 hih@ewha.ac.kr >
    올여름, 오랜 가뭄 뒤 연일 폭염이 이어진 탓인가, 풀조차 왕성히 자라주질 않아 농약상마다 준비해둔 제초제(除草劑)가 그득 쌓여 있다는 소식이다. 그렇다 해도 소나무 묘목에 블루베리 묘목도 심어보고, 어설프게나마 토란에 고구마에 콩 등을 심고 보니, 농사는 ‘풀(잡초)과의 전쟁’이란 말에 절로 고개를 끄덕이게 된다. 뿐이랴, “저 양반 앉은 자리에 풀도 안 날 사람”이 실상은 얼마나 지독한 욕(?)인지도 알게 됐다.

    상황이 이러할 진대, 잡초의 생명력에 찬사를 보내고, 잡초처럼 살라 부추기는 이 누구일는지. 이들은 아마도 호미 한 번 쥐어본 적 없는 지식인이 틀림없으리란 생각이 든다. 물론 멀리서 거리를 두고, 바위더미건 콘크리트건 검정비닐이건 가리지 않고 틈새만 있으면 서슴없이 솟아오르는 잡초들을 보며, 진정 그들의 질긴 생명력에 찬사를 보낼 수도 있을 게다. 하지만 해마다 철철이 쉬지 않고 벋어 나오는 각종 풀과 일전(一戰)을 불사해야 하는 농부의 입장에 서고 보면, 한가로이 잡초의 생명력에 감탄할 이 어디 있을는지.

    이들 풀이 얼마나 무서운 존재인지는 농사를 시작하던 첫해 비싼 값을 치르고 톡톡히 경험했다. 당시 2년생 소나무 묘목을 심고는 미처 풀의 무서움을 알 까닭이 없던 차에, 풀도 생명인데 소나무와 공존하면 좋겠거니 철없는 생각에 풀 관리를 소홀히 했다. 특히 그 해엔 주말마다 비가 내려 밭에 들어갈 수 없다는 핑계로 풀을 방치하기도 했고, 장마 후엔 보름 동안이나 해외여행을 다녀오는 여유도 부렸다.

    한 달여를 지나 오랜만에 소나무 밭을 가보니 각종 잡풀이 어른 키높이로 자라 밭을 뒤덮고 있었고, 소나무 묘목은 눈에 보이지조차 않았다. 풀을 가벼이 여겼던 무지의 소치로 100여 그루의 묘목 중 열 두어 그루만 남기고 나머진 모두 잡초더미에 파묻혀 말라죽는 광경을 망연자실 바라보아야 했다. 그때의 참담한 심정이라니…. 대신 잡초더미 속에서 기사회생한 묘목들은 가지도 굵어졌고 키도 성큼 자라 있어, 온실의 화초처럼 키우기보다 잡초를 이겨낼 수 있는 자생력을 키우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새삼 실감하기도 했다.

    잡초의 생명력에 경탄했던 내가 그 위세의 두려움을 체험하고 보니, 예전 국민윤리 교과서에 실렸던 독일인의 근검절약 정신을 주제로 한 예화(例話)의 허구성이 떠오른다. 스토리인 즉 독일인들은 담뱃불을 붙일 때도 혼자 붙이지 않고 여럿이 모여 함께 불을 나눌 만큼 근검절약하는 습관이 몸에 배어 있다는 게다. 우리도 독일인의 근검절약 정신을 본받아 실천하노라면, 훗날 독일처럼 강대국이 될 수 있으리란 교훈이 담겨 있었음은 물론이다.

    당시엔 교과서에 실린 이야기였기에 별 의문을 품지 않았었는데, 나중에 집안 어르신이 담배 피우시는 모습을 우연히 관찰하다, 담뱃불이란 한 사람만 붙이고 있으면 여러 사람에게 나누어줄 수 있는 만큼, 굳이 여러 사람을 모을 필요는 없겠거니 싶었다. 어쩌면 교과서에 실렸던 예화는 직접 눈으로 현장을 확인하고 쓴 글이라기보다, 누군가가 책상에 앉아 머리로 지어낸 이야기였을지도 모를 일이다.

    신영복 교수의 수필집에도 경험의 의미를 다시금 생각케 하는 일화가 등장한다. 정치범으로 수감돼 오랜 교도소 생활을 하던 중, 같은 방을 쓰게 된 죄수가 우연히 집 그리는 모습을 보게 됐다고 한다. 그 죄수는 지붕부터 그린 후 기둥과 대문을 그리는 우리네와는 달리, 땅을 먼저 고르고 기둥을 올린 후 마지막에 지붕을 얹더라는 게다. 그 모습을 인상 깊게 본 교수님, “당신 밖에선 무슨 일 하던 사람이냐?” 물었더니, 집을 짓는 목수였다고 했다는 게다. 평소엔 스쳐 지나가는 사소한 경험일지라도 그 속엔 진정성이 배어 있고, 그 경험의 의미를 곱씹어보고 성찰할 때 경험이 곧 삶의 보고(寶庫)가 될 수 있음에랴.

    혹 젊은 세대를 향해 잡초의 생명력을 배워라, 잡초처럼 살아라 부추긴다면 이는 경험의 진정성을 결한 무책임한 발언이 될 것이다. 대신 잡초의 강인함과 싸워 당당히 이겨낼 수 있는 내공을 키우라고 격려해줌이 체험의 진정성에 바탕을 둔 고언(告言)이리란 생각이다.

    함인희 < 이화여대 교수·사회학 hih@ewha.ac.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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