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우여 새누리당 대표는 4·11 총선 공천헌금 의혹과 관련, 개인 비리가 아닌 당 차원의 비리가 확인된 경우에만 사퇴하겠다는 뜻을 내비쳤다. 이에 의혹이 사실로 드러나면 당 대표가 책임져야 한다고 주장했던 비박근혜계 대선 경선 후보들이 반발하고 있다.

황 대표는 7일 MBC 라디오와 CBS 라디오에 잇달아 출연해 의혹이 사실로 밝혀지면 사퇴할 의향이 있느냐는 질문에 “첫번째는 사실이 확인돼야 하고, 두번째는 그것이 당이 책임질 일이냐 하는 문제가 있고, 세번째는 그 책임의 정도에 따라서 대표가 책임을 지겠다”고 말했다. 그는 어떤 경우가 당과 대표가 책임져야 할 상황이냐고 묻자 “당이 (공천헌금과 관련해) 최소한 인지를 했거나 비호했고 또 당이 연관이 있을 때”라고 답했다. 황 대표는 “개인 차원에서 당과 연관 없이 몰래 은밀하게 한 것까지 당이 책임져야 되느냐는 것은 신중히 생각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지난 5일 비박 후보들과의 연석회의에서 의혹이 사실로 드러나면 사퇴하겠다고 합의한 것 아니냐는 질문에는 “(문구에는 사퇴라는 얘기가) 안 나와 있다”며 “‘책임질 일이 있을 경우에는 책임을 진다’ 이렇게 돼 있다”고 했다.

그는 ‘디도스 사태’로 자진 탈당한 최구식 전 의원에 대해 “본인이 탈당 후 무고함을 밝혔고 대선이 정비되면 복당시킬 예정”이라고 말했다. 공천헌금 의혹 당사자인 현영희 의원과 현기환 전 의원에 대해서도 “자신들이 명백히 무고함을 밝힌다면 돌아올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비박계인 임태희 후보 측 관계자는 “(황 대표의 주장은) 거론할 가치도 없는 얘기”라며 “디도스 사태 때 홍준표 대표가 물러나고 박근혜 후보가 비대위원장이 됐듯이, 이번 의혹이 사실로 드러나면 황 대표가 사퇴하고 비대위 체제로 전환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황 대표 말에서 알 수 있듯이 당이 현재 상황이 얼마나 심각한지 인식하지 못하고 있다”며 “위기라고 느끼지 않는 게 진짜 위기”라고 비판했다.

이태훈 기자 bej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