래퍼곡선으로 유명한 아서 래퍼 교수의 최근 연구보고서는 충격적이다. OECD 34개국의 2007~2009년 정부지출 증가율과 GDP 증가율의 상관관계를 조사한 결과 이들이 서로 반비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는 것이다. 래퍼는 이 연구결과를 어제 월스트리트 저널에 밝혔다. 특히 에스토니아와 아일랜드 슬로바키아 핀란드 등은 이 기간 동안 GDP대비 정부 지출 증가율이 10%가 넘었는데도 실질 GDP 2년 누적 증가율의 격차가 10%P 이상이었다. 정부 지출이 오히려 경기 악화의 원인이었다는 것이다.

감세가 소비와 투자를 촉진시켜 경기를 부양하고 고용과 소득을 창출하며 덩달아 세수도 늘린다는 주장을 줄곧 펴온 래퍼다. 그는 이 글에서 정부지출은 일하는 사람들의 소득을 빼앗아 일하지 않는 사람들에게 분배하는 꼴이라고 강조한다. 정부 지출은 기껏해야 부실 은행과 기업에 들어가거나 태양광 등 수익을 내지 못하는 기업에 대한 보조금, 그리고 충분히 일할 수 있는 능력을 지닌 사람들에 대한 실업급여로 주어진다는 것이다. 래퍼는 특히 정부가 지출하는 1달러가 2~3달러의 승수효과를 보인다는 케인시안들의 주장에 대한 어떤 증거를 찾지도 못했다며 정부 지출이 오히려 민간투자를 구축하면서 전체 GDP의 감소만 초래했다고 역설한다. 물론 래퍼 외에도 경기 부양책의 문제점을 지적한 논문들은 부지기수다. 1970년 이후 91건의 경기부양책을 비교한 결과 경제성장을 이끌어낸 정책은 거의 법인세와 소득세 감면에 의존했다는 알레시나 교수의 보고도 있다. 데이비드 로머 버클리대교수는 1달러의 감세가 GDP를 3달러나 증가시키는 효과를 나타냈다는 실증적 결과를 발표하기도 했다.

래퍼는 오바마 정권이 의회가 경기부양책만 통과시켜준다면 실업률이 떨어지고 경제성장이 가속화될 것이라는 달콤한 말을 내뱉는다고 비판한다. 비단 미국만이 아니다. 전 세계국가들이 경기부양 대 감세논쟁에 휘말려 있다. 부자증세 논란도 한창이다. 잘못된 정책이 세계를 더욱 불평등하게 만들고 분노와 갈등만 유발할 것이라는 사실은 물론 논의 밖이다. 한국도 그런 유혹에 직면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