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민주화, 재벌 해체로 가나] 아키오 도요타 사장, 순환출자로 도요타 경영권 유지…누구도 문제 안 삼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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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끝) 지배구조엔 정답 없다
기업 지배구조에 인위적 개입
구글 등 차등의결권 도입…지분 1% 가진 보쉬, 의결권 25%
기업 지배구조에 인위적 개입
구글 등 차등의결권 도입…지분 1% 가진 보쉬, 의결권 25%
10대 그룹의 경우 총수 일가가 보유하고 있는 직접 지분은 0.94%다. 개발경제를 넘어 글로벌 경제시대의 강자로 올라서기까지 폭발적인 기업 성장을 이끌어온 데 따른 결과다. 예를 들어 1주당 5000원만 내면 됐던 창립 초기와 주가가 10만원, 100만원을 넘어섰을 때의 출자 여건이 같을 수는 없는 것이다. 그럼에도 순환출자를 규제하겠다는 것은 총수들의 지배력을 직접 지분의 울타리 내에 묶어놓겠다는 발상이다. 하지만 이는 결과적으로 성공에 대한 ‘처벌’로 받아들여진다. 기업주 입장에서 보면 변방의 소기업을 글로벌 대기업으로 키우지 않았더라면 겪지 않아도 될 낭패이기 때문이다.
◆한국만 유일하게 규제
많은 전문가들은 직접-간접 지배, 소유-지배구조 괴리의 논리적 타당성 여부를 떠나 정치권이나 정부가 기업 지배구조에 인위적으로 개입하는 것이 과연 바람직한 것이냐에 대해 근본적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주주들이 선택한 지배구조를 외부에서 선악을 따지는 것 자체가 적절하지 않다는 것. 더욱이 순환출자 규제 등을 앞세워 기업 지배구조를 손보겠다고 하는 나라는 전 세계적으로 한국밖에 없다. 최준선 성균관대 교수는 “기업 소유구조엔 정답이 없다는 것이 경영학계의 정설”이라고 말했다.
1999년 미국 하버드대 교수들인 라파엘 라포타와 안드레이 시라이퍼가 발표한 논문에 따르면 조사 대상 기업의 36%는 소유와 경영이 분산돼 있었지만 30%는 총수일가, 18%는 국가, 나머지 15%는 은행 혹은 다른 기업이 지배하는 구조였다. 때문에 “소유 분산을 강조하는 미국식 지배구조는 보편적인 것으로 볼 수 없다”는 것이 두 학자가 내린 결론이었다.
◆구글의 차등의결권
의결권 제한은커녕 대주주 지분에 대해 의결권을 더 얹어주는 차등의결권을 도입하고 있는 나라도 많다. 독일 다이뮬러벤츠의 오너인 보쉬가의 보유 지분은 1.56%(2000년)에 불과하지만 의결권은 25%를 갖고 있다. 또 피아트를 보유했던 이탈리아의 엑소르그룹의 경우 오너인 아넬리가의 의결권 승수도 9배에 육박하고 있다.
미국 구글은 2007년 기업공개(IPO)를 할 때 1주로 10주 의결권을 갖는 초다수의결권주(super voting shares)를 발행해 창업자인 세르게이 브린, 래리 페이지에게 줬다. 워런 버핏도 투자회사 벅셔해서웨이 A주식을 갖고 있다. 일반 주주가 가진 B주식에 비해 1만배의 의결권을 갖고 있는 주식이다. 또 스웨덴의 발렌베리 가문은 지주회사인 인베스터 지분 2.7%로 에릭슨에 대해 20%가 넘는 의결권을 행사하고 있다. 회사의 중요한 의사결정은 대주주 몫이라는 인식에 따른 것이다.
◆루이비통도 순환출자 구조
순환출자 구조를 형성하고 있는 글로벌 기업들은 숱하게 찾아볼 수 있다. 일본 도요타가 대표적이다. 도요타는 2009년 창업자 가문의 4세인 도요다 아키오 사장(56)을 최고경영자(CEO)로 선임했다. 아키오 사장과 특수관계인의 보유 지분은 0.5%. 하지만 그는 계열사 순환출자를 통해 9.7%의 의결권을 확보했다. 도요타자동차는 덴소, 아이신 등 계열 부품사뿐 아니라 도요타자동직기, 도우와부동산 등과 순환출자, 상호출자를 통해 환상형 순환출자 구조를 이루고 있다. 그래도 일본 내 어느 누구도 도요타의 지배구조에 시비를 걸지 않는다. 루이비통 불가리 등의 명품 브랜드를 갖고 있는 프랑스의 LVMH그룹도 계열사 사이에 순환출자 및 상호출자 관계를 유지하고 있으나 아무런 제한을 받지 않고 있다. 인도 타타그룹도 마찬가지다.
이들 그룹은 탁월한 경영성과로도 유명하다. 한국의 순환출자그룹들 역시 독보적인 실적을 내고 있다. 순환출자 상위 10개 그룹의 지난해 당기순이익은 32조9200억원으로 상장사 전체 당기순이익(47조6657억원)의 3분의 2가 넘는 69.07%에 달했다. 김정호 연세대 교수(경제대학원)도 “굳이 지배구조의 우수성을 따지자면 경영실적으로 판단하는 것이 맞다”며 “해당 기업을 1등으로 끌어올린 지배구조가 결과적으로 가장 우수한 것 아니냐”고 말했다.
김현석 기자 realis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