같은 업무를 여러 개 팀이 경쟁적으로 수행토록 하는 ‘컴피티션(competiton) 체제’가 증권업계에 확산되고 있다. 거래침체 지속으로 주식중개 수입이 급감하자, 파생상품 거래 등에서 수입을 극대화하려는 시도로 풀이된다.

8일 증권업계에 따르면 NH농협증권은 자산유동화팀만 4개, 메리츠종금증권은 장외파생 및 유동화팀을 4개 두는 등 사내 경쟁을 적극 유도하고 있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NH농협증권이나 메리츠종금증권의 유동화팀은 각기 다른 이름을 내걸고 있지만 신용부도스와프(CDS) 프리미엄 파생상품 투자 등에서 경쟁하고 있다”고 전했다. CDS 프리미엄 파생상품을 만드는 해외 투자은행(IB) 서울지점에는 같은 증권사 유동화팀들이 앞다퉈 거래를 요청해 관계자들을 어리둥절하게 하고 있다고 한다.

이들 증권사는 파생상품 전문가들을 계약직으로 뽑아 복수의 팀으로 전열을 짠 뒤, 수익의 30~40%까지 성과급으로 돌려준다. 자연히 팀 간 경쟁이 치열해지고 고수익·고위험 상품으로 몰려들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증권사들이 단순한 주식 브로커리지에서 프라이빗뱅킹(PB) 영업, 자산관리(WM) 쪽으로 대안을 모색했으나 수익이 기대만큼 크지 않았다”며 “‘한 지붕 네 가족’ 식으로 파생상품 투자에 경쟁을 붙이고 있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인력 스카우트도 활발하다. 메리츠종금증권은 지난 달 삼성자산운용 출신의 박성진 씨와 삼성증권 출신의 박태동 씨를 각각 자산운용본부장으로 영입, 채권·신용파생 분야 경쟁력 강화에 나섰다. IBK증권은 아예 경쟁사 팀 전체를 스카우트하기도 했다.

증시 침체로 여의도 증권가의 인력 구조조정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지만 이들 팀은 대부분 계약직이어서 회사 측 부담도 크지 않다는 전언이다.

장규호 기자 danielc@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