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항공-한진해운, 계열분리 '동상이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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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진해운 "KAI 인수 자금위해 지분매각할 것" 기대
대한항공 "현재 자금능력 충분…주식매각 검토 안해"
대한항공 "현재 자금능력 충분…주식매각 검토 안해"
대한항공이 한국항공우주산업(KAI) 인수에 뛰어들면서 한진해운과의 계열분리 가능성에 다시 관심이 쏠리고 있다. 대한항공이 인수자금 마련을 위해 한진해운홀딩스 지분을 매각할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한진해운홀딩스는 한진해운의 지주회사로 대한항공 등 한진그룹 계열사들이 27.5%의 지분을 갖고 있다.
8일 업계에 따르면 대한항공은 매각 절차에 돌입한 KAI 인수를 위해 오는 16일 인수의향서(LOI)를 제출할 계획이다. 인수 대상 지분은 한국정책금융공사 등이 보유한 41.75%(한국정책금융공사 11.75%, 삼성테크윈·현대차·두산 각각 10%)로 경영권이 포함된다. 정책금융공사는 9월 초 예비입찰과 10월 본입찰을 거쳐 연내에 매각을 완료할 계획이다.
대한항공이 KAI 인수에 도전하는 것은 2003년, 2006년, 2009년에 이어 네 번째다. 항공우주산업을 향한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의 애착이 강한 만큼 대한항공이 적극적으로 나설 것으로 업계는 보고 있다. 대한항공의 지난해 항공우주사업 부문 매출은 5460억원으로 2015년까지 매출 1조원 달성을 목표로 하고 있다.
문제는 막대한 인수자금 부담이다. 시장에서는 경영권 프리미엄을 포함해 KAI 인수 대금을 1조4000억원 안팎으로 보고 있다. 대한항공의 지난해 말 기준 현금 및 현금성 자산 규모는 1조4657억원으로 여유가 있는 편이지만 부채비율이 800%를 웃도는 데다 글로벌 경기침체가 장기화되고 있어 대규모 인수자금 차입이 재무건전성 악화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이에 따라 일각에서는 대한항공이 한진해운홀딩스 지분을 팔아 일부 자금조달에 나설 수 있다는 관측을 내놓고 있다.
한진그룹은 창업주 고(故) 조중훈 회장의 장남 조양호 회장, 한진해운은 셋째 고 조수호 회장의 부인 최은영 회장이 이끌고 있다. 두 회사가 사실상 독립경영체제를 유지하고 있으나 조 회장 측이 한진해운홀딩스 지분을 보유해 한진해운은 한진그룹 계열사로 분류된다. 한진해운홀딩스 지분 중 최 회장 우호 지분은 50.67%, 조 회장 측 지분은 27.45%다.
최 회장은 지난해 말 정석기업, 대한항공, 한진에너지 등 한진그룹 계열사 지분 처분을 완료, 계열분리를 위한 준비를 마쳤다. 재작년부터 2년여에 걸쳐 지주회사 전환도 끝냈다. 계열분리를 위한 마지막 카드는 조 회장이 들고 있는 셈이다. 공정거래법상 계열분리를 위해서는 상호출자 지분율이 3% 이하여야 한다.
조 회장이 계열분리에 대해 아직은 시기상조라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어 한진해운홀딩스 지분매각을 통해 자금 마련에 나설 가능성은 희박하다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조 회장은 연초 기자들과 만나 “당장 계열분리할 계획은 없고 한진해운 측에서 요청도 없었다”며 “(한진해운은) 한진 그늘에 있는 것이 낫다”고 했다.
대한항공 관계자는 “항공사의 부채 비율은 항공기 도입을 위한 투자이기 때문에 순수 부채비율과는 다르며 현재 자금 능력이 충분하다고 본다”며 “한진해운홀딩스 지분을 매각하는 방안은 전혀 검토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이유정 기자 yj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