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두관 민주통합당 대선 경선 후보는 “재벌 개혁을 위해 기존 순환출자 구조를 해소하되 ‘포이즌 필’이나 차등의결권 등 각종 경영권 보호 장치도 함께 마련하겠다”고 9일 밝혔다. ‘포이즌 필’은 적대적 인수·합병(M&A)이 이뤄질 경우 기존 주주들에게 싼값으로 신주를 살 수 있도록 해 경영권을 보호하는 장치다. 차등의결권 역시 창업주나 대주주가 소유 지분 이상의 의결권을 행사할 수 있도록 하는 제도다. 지금까지 경제민주화와 관련된 논의에서 대주주의 경영권 보호를 언급한 야권 대선주자는 김 후보가 처음이다. 김 후보는 이날 한국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순환출자를 해소하면 해외 투기자본이 국내 기업을 가져갈 것이라는 논리는 재벌의 핑계에 불과하다”며 “정 그렇게 우려된다면 이들 자본이 적대적 M&A를 할 수 없도록 방어 대책을 세우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최근 지지율이 당내 3위로 밀렸다.

“지금은 런던 올림픽에 국민적 관심이 쏠려 있는 데다 장외에 있는 안철수(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장) 교수의 지지율이 높은 탓도 있다. 그러나 제주(25일)를 시작으로 본경선이 진행되면 점차 진면목이 드러나 지지율에도 변화가 나타날 것이다.”

▷노무현 정부에서 장관을 지냈는데 ‘참여정부 실패론’을 얘기한다.

“실패론은 아니고 공과가 있다는 것이다. 다만 문재인 후보가 노무현 정부를 ‘총체적 성공’이라고 표현하면서 논란이 됐다. 사실 잘한 점도 있지만 재임 기간 양극화가 심화되고 치솟는 집값을 잡지 못해 결국 정권을 내준 부분에 대해서는 비판을 받아야 한다. 자꾸 네거티브라고 하는데 명백한 사실을 지적하는 것은 대선후보 검증의 기본이다.”

▷정책 콘텐츠가 부족한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민주평화국민연대(고 김근태계 모임) 초청 토론회에 나가서 기대에 못미치는 모습을 보여준 게 가장 큰 원인인 것 같다. 당시 경남지사로서 투자유치를 위해 중국 출장을 다녀왔다. 새벽 3시쯤 창원에 도착해 잠도 제대로 못자고 당일 11시 서울에 올라가 토론회에 참석했다. 제대로 준비할 여유가 없었다. 그러나 그 이후에 5대 물가 안정 방안, 남북평화 정착 대책, 지방분권 실현 등 많은 정책들을 발표했다.”

▷경남지사직을 사퇴한 데 대한 부정적 기류가 적지 않은데.

“사실 이번 대선에 출마하게 된 직접적인 계기는 4·11 총선 패배다. 총선 한 달 전까지만 해도 다들 민주당이 원내 1당이 될 거라고 예상했다. 그러나 결국 상대인 박근혜 새누리당 후보를 뛰어넘지 못해 다 이긴 선거에서 졌다. 우리 당 유력주자들로는 대선에서도 어려울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도정은 도민과의 약속이다. 그래서 사과했다. 물론 서운함이 없을 순 없다. 하지만 내가 민주당의 대선주자가 되고 결국 대선을 승리로 이끌면 경남 주민들도 그리 야박하지만은 않을 것이다.”

▷본인의 강점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나.

“소통과 설득의 리더십이다. 남해군수 시절 공원 묘지를 한 마을에 유치하려고 했다. 물론 혐오 시설이라고 해당 마을 주민들은 격렬하게 반대했다. 이 마을을 50여 차례 찾아가 이장 청년회장 부녀회장 등 주민들과 소주를 마셔가며 설득에 성공했다. 설득의 리더십의 요체는 경청이다. 끊임없이 현안에 대해 반대 의견을 들어야 한다. 그런데 대부분의 지도자들이 자기 식으로 밀어붙이려고만 하지 경청하지 않는다.”

▷김두관식 성장 전략은 무엇인가.

“남북 평화다. 현재 북한에는 7000조원에 달하는 지하자원이 있다. 이명박 정부 들어 남북교류가 중단된 이후 중국이 생필품 대신 이 자원을 다 가져가고 있다. 남한의 자본과 앞선 기술이 북한의 값싼 노동력 및 지하자원과 결합되면 시너지 효과가 날 것이다. 대통령 취임 직후 남북정상회담을 열고 8000만 남북 경제공동체 시대를 열어 가겠다.”

▷현재 지지율에서 밀리고 있다. 경선에서 이길 비책은.

“문 후보와 안 교수는 지지기반이 상당히 겹쳐 대체 관계에 놓여 있다. 안 교수가 본격적으로 등장하면서 문 후보의 지지율이 반토막난 것도 이 때문이다. 게다가 문 후보는 특정 계파의 이해를 대변하는 모습으로 비춰져 확장성이 떨어진다. 반면 안 교수와 저는 보완재 개념이다. 서로 합치면 시너지가 난다. 안 교수가 현재로서는 가장 강력한 후보지만 정치는 말로만 하는 게 아니다. 현장 경험이 중요하다. 김두관의 정책과 스토리, 성공 모델이 향후 경선 과정을 통해 충분히 알려진다면 승산이 있다.”

김두관 후보 약력

△1959년 경남 남해 출생 △남해종합고·동아대 정치외교학과 졸업 △동아대 정치학 명예박사 △남해 이어리 이장 △민선 1, 2대 남해군수 △행정자치부 장관 △자치분권연대 상임고문 △경남도지사

이호기/이현진 기자 hg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