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6일 미국 항공우주국(NASA)의 탐사로봇 ‘큐리오시티’가 화성에 안착했다는 소식에 세계인들이 환호했다. 2.2m 길이의 로봇팔, 암석에 레이저를 쏘아 성분을 분석하는 화학카메라 등 첨단 기능을 갖추고 있어 화성의 생명체 존재 여부는 물론 인류의 이주 가능성까지 확인해줄 것으로 기대되기 때문이다.

하지만 큐리오시티가 화성에 도착하기 이전 이미 8년째 그곳에서 묵묵히 임무를 수행하고 있는 선배 로봇 ‘오퍼튜니티’가 있다는 사실을 아는 사람은 많지 않다. 오퍼튜니티가 화성에 간 것은 2004년. 쌍둥이 로봇 스피릿과 함께였다. 예상 수명은 3개월.

그러나 이 탐사로봇은 NASA 과학자들의 당초 예상보다 무려 30배 이상 길게 현역에서 뛰고 있는 역전의 용사다. 카메라 8대, 현미경, 적외선 분석장비 등을 갖추고 있는 무게 180㎏의 오퍼튜니티는 그동안 화성의 물 존재 가능성을 확인했고 각종 3D 지도를 만드는 데 혁혁한 공을 세웠다.

오퍼튜니티가 이처럼 예상을 뛰어넘어 활동할 수 있는 것은 에너지원으로 사용하는 태양전지가 기대 이상으로 오래 작동하고 있어서다.

과학자들은 당초 로봇의 태양전지판에 화성의 극세 먼지가 쌓여 3개월 이상 활동하지 못할 것으로 봤다. 하지만 우려와 달리 오퍼튜니티의 태양전지판은 아직까지도 활동에 필요한 전기를 충분히 만들어내고 있다.

최기혁 한국항공우주연구원 미래융합기술실장은 “가끔 부는 초속 4m의 회오리바람이 태양전지판에 쌓인 먼지를 쓸어가 로봇의 수명을 늘린 것으로 판단된다”고 말했다.

쌍둥이 로봇 스피릿도 비슷한 이유로 예상 수명보다 20배 이상 길게 활동하다 지난 2010년 임무를 마쳤다. 화성 도착 직후 통신이 끊기는 우여곡절을 겪었지만 원격 정비를 통해 기능을 되찾아 5년 이상 활동했다.

우주 항공 분야에서 과학자들의 예상보다 오래 활약한 기기들은 많다. 과학자들이 우주의 극심한 환경을 고려해 임무기간을 보수적으로 산정하고 있기 때문이다.

우리나라 최초의 다목적 실용위성인 ‘아리랑 1호’가 대표적인 사례다. 해상도 6.6m급 카메라를 탑재한 아리랑 1호는 1999년 3년간의 임무 수행을 목표로 발사됐지만 기대 수명의 2.5배가 넘는 2007년까지 8년간 활약했다. 후속으로 2006년 발사된 아리랑 2호도 3년이 아니라 지금도 활동하고 있다.

정대원 저궤도위성관제팀장은 “아리랑 2호는 72㎏의 전체 연료 중 46.3㎏(64%)이 남아 있어 2013년까지 활동하는 데 문제가 없다”며 “2013년 이후 활동 여부는 다른 부품의 수명에 따라 추후 판단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김태훈 기자 taehu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