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뼈 부러진 채로 결승전까지…'태권 얼짱' 이대훈, 투혼의 銀
올림픽에서 태권도는 어느 나라든 남녀 총 8체급 가운데 남녀 각 2체급 등 4체급만 나갈 수 있다. 세계선수권대회나 아시안게임에서 태권도는 남녀 8체급씩 총 16체급으로 나눠 치르지만 태권도의 세계화를 위해 종주국인 한국이 절반은 다른 나라에서 금메달을 가져갈 수 있도록 배려한 것이다. 그러나 이제는 그 절반마저도 한국이 가져가기 힘든 상황이 됐다.

한국 태권도의 간판스타 이대훈(20·용인대·사진)이 9일(한국시간) 새벽 영국 런던 엑셀 사우스 아레나에서 열린 런던올림픽 태권도 남자 58㎏급 결승전에서 이 체급 세계선수권 챔피언 호엘 곤살레스 보니야(23·스페인)에게 8-17로 져 은메달에 그쳤다.

이대훈은 강력한 금메달 후보였다. 그는 2010 광저우아시안게임, 2011 세계선수권대회, 2012 아시아선수권대회에서 연이어 정상에 오르며 무패신화를 써왔던 주인공. 런던올림픽에서 최연소 그랜드슬램을 달성할 것으로 기대를 모았기에 더 아쉬움이 남는 경기였다.

평소 체중보다 8㎏을 감량해야 했던 이대훈은 체력적 불리함이 컸다. 이대훈은 원래 63㎏급이었으나 올림픽 출전을 위해 뼈를 깎는 체중 감량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앞선 예선전에서 다리에 부상을 입었고, 코뼈도 부러진 채 경기를 계속 진행했다. 경기마다 다리에 통증을 호소하며 쓰러졌고 치료를 받아야 했다. 좋지 않은 몸 상태 때문에 자꾸 뒤로 물러서는 장면이 나왔고 이는 곧 경고와 감점으로 이어졌다.

달라진 경기 방식도 결승 패배의 원인 중 하나였다. 올림픽 때마다 판정 시비에 시달리며 올림픽 종목에서 퇴출 압박을 받아온 태권도는 이번 런던올림픽부터 전자호구 시스템과 즉시 비디오 판독제를 도입했다. 전자호구는 몸통에 부착된 압력센서를 통해 공격을 성공시키는 순간 점수를 체크하는 시스템이다. 또 점수제도 세분화해 몸통 1점, 얼굴 2점에서 몸통 1점, 몸통에 대한 회전공격 2점, 머리 3점, 머리에 대한 회전공격 4점으로 나눴다. 최대 4점짜리 공격이 생겼다. 경기 회피나 지연 행위에 대한 경고 등 벌칙도 강화했다. 경기장 크기도 가로·세로 2m씩 줄였다. 점수 차가 벌어져 있더라도 머리 공격 한 방이면 단숨에 경기를 뒤집을 수도 있게 된 것.

결승에서 싸운 보니야는 달라진 경기 방식에 완전히 적응한 모습이었다. 전략적인 움직임을 통해 이대훈의 머리를 집중 공략했다. 3점짜리 머리 공격을 두 차례나 성공했다. 1라운드에서 나온 머리 공격은 거의 발끝에 스친 것이나 다름없었지만 득점이 인정됐다. 타격의 강도보다는 터치에 중점을 둔 게 개정된 경기 제도의 가장 큰 특징이다.

런던올림픽은 태권도가 올림픽 종목으로 살아남을 수 있느냐를 평가하는 시험대다. 국제올림픽위원회(IOC)는 지난해 7월 남아프리카공화국 더반 총회에서 런던올림픽 이후 26개 종목 중 하나를 탈락시키기로 결정했다. 그리고 내년 9월 아르헨티나 부에노스아이레스에서 IOC 총회를 열어 2020년 대회 정식 종목을 현재의 26개 중 하나를 뺀 25개로 확정하겠다고 밝혔다. 설상가상으로 일본의 가라데와 중국의 우슈가 올림픽 신규 종목으로 출사표를 들이밀었다.

김보라 기자 destinybr@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