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수도권 거주자에 외국인 여행객들까지 몰려드는 서울시내 광역상권과 달리 서울·수도권 동네 상권은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급격히 위축되고 있다.

LH가 2000년대 들어 조성한 수도권 신도시·택지개발지구 상가 시장의 위축은 심각한 수준이다. 인기신도시인 판교 광교의 근린상가마저 대규모 미분양과 공실사태를 맞고 있다. S건설이 서판교에서 분양한 6개 상가는 작년 8월 완공됐는데도 아직 분양률이 40%대에 그친다. 분양가를 당초보다 20~30% 낮췄는데도 팔리지 않자 최근 일부 건물 전체를 매물로 내놨다. 경기 성남 도촌지구, 의왕 청계지구, 용인 흥덕지구 등에선 1층에도 빈 상가들이 적지 않다. 심교언 건국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LH가 1기 신도시 상가용지 공급과잉 논란이 일자 2기 신도시 상가용지 비율을 1기 신도시(8% 전후)의 절반 수준(4% 전후)으로 떨어뜨렸다”며 “그러나 4인가구보다 1~2인가구가 더 많아지면서 상가 이용객이 급감했다는 점을 간과했다”고 지적했다.


이보다 상황이 더 심각한 것은 2000년대 대거 공급된 의류·한방·전자·키즈 테마상가들이다. 동대문 일대에 조성된 10개 가까운 의류 테마상가 가운데 정상적으로 운영되는 곳은 두산타워 밀리오레 등 2~3곳 정도다. 나머지는 80~90% 이상이 비어 있다. 패션TV 라모도 등은 건물을 다 지어 놓고 개장도 못하고 있다. 박대원 상가정보연구소 대표는 “동대문형 테마상가가 활성화되려면 24시간 운영, 전국상권 등의 요건을 갖춰야 한다”며 “요건을 갖추지 못한 곳에서 유행을 따라 테마상가가 너무 많이 공급됐다”고 설명했다.

주상복합 상가의 경우 의무적으로 일정 규모(용적률에 따라 10~50%)의 상가를 배치해야 하는 인허가 규정 때문에 공급 과잉된 케이스다.

아파트 단지 내 상가도 비어 있는 경우가 많다. 서울 잠실주공2단지를 재건축한 리센츠 단지 내 상가는 입주한 지 5년이나 지났는데도 미분양 점포가 많다.

부동산 전문가들은 대기업 계열의 할인점 쇼핑몰 등이 대거 등장하고, 교통망이 발전하면서 광역상권과 대형 유통점을 선호하는 이들이 늘어난 것이 동네 상권을 위축시키고 있다고 분석했다. 신종칠 건국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부동산 가격 거품기인 2000년대 초·중반에 상가가 너무 많이 공급된 것도 동네 상권에 악재로 작용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조성근 기자 trut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