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대통령이 10일 한국 대통령으로는 처음 독도를 전격 방문했다. ‘독도는 우리 땅’이라는 사실을 말이 아니라 행동으로 보여줘 독도 영유권 시비에 쐐기를 박는다는 의미다.

이 대통령은 이날 낮 울릉도를 방문해 현지 주민들과 오찬 간담회를 가진 뒤 전용 헬리콥터로 독도를 찾았다. 이 대통령은 경비대원들을 만난 자리에서 “독도는 진정한 우리의 영토”라며 “목숨 바쳐 지켜야 할 가치가 있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정부 관계자는 “최근 일본 정부가 방위백서를 통해 또다시 독도 영유권을 주장한 데다 다음주 8·15 광복절을 닷새 앞두고 있는 상황에서 이 대통령이 직접 독도 방문을 결정했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일본의 교과서 왜곡과 독도 영유권 주장 등 도발에 대해 그동안 ‘조용한 외교’를 펴왔던 정부가 강경 대응으로 기조를 바꿨다는 해석이 나온다.

이 대통령의 독도 방문으로 당분간 한·일관계는 악화가 불가피할 전망이다. 일본 정부는 이날 당장 강력한 항의 표시로 무토 마사토시 주한 일본대사를 본국으로 소환했다. 또 겐바 고이치로 일본 외무상은 이날 오후 신각수 주일 한국대사를 외무성으로 불러 엄중하게 항의했다. 신 대사는 독도가 한국의 고유 영토라고 반박했다.

노다 요시히코(野田佳彦) 일본 총리는 이날 이 대통령의 독도 방문과 관련, “도저히 받아들일 수 없다”고 반발했다. 일본 정부 대변인인 후지무라 오사무 관방장관도 기자회견에서 “미래 지향의 일·한관계를 목표로 했는데 유감”이라고 말했다.

이 대통령의 독도 방문 정보를 사전에 입수한 일본 정부는 9일 오후부터 우리 정부에 독도 방문 중단을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청와대 관계자는 “독도는 엄연한 우리 땅으로, 우리 대통령이 우리 영토에 가는데 무슨 문제가 있느냐”며 “일본 정부의 방문 중단 요청은 일고의 가치도 없다”고 말했다.

이 대통령의 울릉도·독도 방문에는 유영숙 환경부 장관과 최광식 문화체육관광부 장관, 소설가 이문열·김주영 씨가 동행했다.

차병석 기자 chab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