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시대 그림의 최고수는 궁중의 화원화가들이었다. 그들은 사실적인 그림은 물론 문인화에서도 높은 기량을 지닌 다재다능한 인재였다. 화원이 사라진 지금 그 맥은 어디서 어떻게 계승되고 있을까.

서울 청담동 갤러리 세인이 이 시대의 화원을 찾는 데 팔을 걷어붙이고 나섰다. 오는 25일까지 펼치는 기획전 ‘신(新)화원열전I’. 작업실이나 레지던스 공간에서 전통 한국화의 맥을 다양한 방식으로 이어가고 있는 신예 작가를 발굴하는 프로그램이다. 첫 번째 테이프를 끊은 화가는 박문주(44)와 이현열(37) 두 작가다.

박문주 씨는 고궁이라는 친숙한 공간에 간직된 사연들을 독특한 앵글과 세밀한 붓질로 담아냈다. ‘불국사 대웅전 일원’에서는 불국사 전경을 뒤에서 조망함으로써 우리에게 친숙한 불국사의 또 다른 표정을 보여준다.

조선왕조 통치의 중심이었던 창덕궁 인정전도 건물의 자태를 비틀린 소나무 틈새로 조망, 정치적 곡절의 중심이었던 인정전의 영욕의 세월을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세필을 사용했다는 점에서 직업적 화원의 맥을 계승했지만 대상을 해석하는 새로운 방식은 현대적이다.

이현열 씨는 자연을 즐겨 그리는데 이는 서양 풍경화처럼 감상 대상으로서의 무심한 자연이 아니라 인간과 상호 교감하는 유기적 통합체로서의 자연이다. 그는 자신이 사생한 자연에 자신과 이웃의 정겨운 사연을 농부가 파종하듯 곳곳에 심어놓는다. ‘한강로맨스2’에서는 화가가 꿈꾸는 한강의 환상적인 풍경이 눈부신 녹색 공간 너머로 펼쳐지며, ‘포획금지구역’에서는 인간이 동식물과 함께 물놀이를 즐기는 유쾌한 장면을 만날 수 있다. (02)3474-7290

정석범 문화전문기자 sukbumj@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