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나홀로 집에’서 귀엽고 야무진 꼬마로 나왔던 배우 맥컬리 컬킨이 마약 중독으로 급격한 체중감소와 노화현상에 시달리고 있다고 한다. 배우 밀라 쿠니스와 결별한 충격으로 1년6개월간 뉴욕아파트에 틀어박혀 마약을 상습투약한 후유증이다. 마약류 구입에 월 6000달러 이상씩 쓰고 있단다. 마약중독 배우는 한둘이 아니지만 어려서 스타가 된 경우일수록 마약 유혹에 빠지기 쉽다는 주장도 있다. 일찌감치 정점을 맛보고 나서 삶이 공허해진 데다 한 순간 인기가 뚝 떨어질지 모른다는 두려움 때문이란다.

마약의 원조는 아편과 코카인이다. 아편은 양귀비열매에서, 코카인은 코카나무 잎에서 추출한 천연마약이다. 아편에서 나온 것이 모르핀 헤로인 코데인 등이고, 코카인에서는 의료용 염산코카인 등이 만들어진다. 한때 가수들 사이에 유행했던 마리화나는 대마초 잎을 말린 것이다. 향정신성물질로 분류되는 메스암페타민(히로뽕), LSD, 바르비탈류, 메스칼린 등은 심한 환각을 일으킨다. 이 중 대표적 중추신경 흥분제인 ‘히로뽕(Philopon의 일본식 발음)’은 대일본제약주식회사가 개발한 각성제다. 비슷한 작용을 하는 코카인이 몸에서 거의 대사(代謝)되는 데 반해 히로뽕은 많은 양이 오랜 기간 잔류하는 탓에 부작용이 크다.

마약도 극심한 통증 환자에게는 꼭 필요하다. 술처럼 기분을 좋게 하는 기능을 인정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고대 수메르인은 양귀비를 ‘기쁨을 주는 식물’로 여겼다. 2차 세계대전 때 일본은 군수공장 징용자들이나 가미카제 특공대원들에게 피로와 공포감을 없애기 위해 히로뽕을 제공했다. 문제는 중독성이다. 처음엔 조금씩 사용하지만 결국 자신의 힘으로는 통제할 수 없을 정도로 빠져들고 만다.

산부인과 의사의 30대 여성 시신 유기사건에 등장하는 프로포폴은 향정신성의약품으로 지정된 수면마취제다. 흰색 액체여서 ‘우유주사’로 불린다. 중독성은 적지만 깨어날 때 개운한 느낌을 잊지 못해 계속 찾는 의존성 환자가 늘고 있다. 숨진 여성도 몇 차례 프로포폴을 맞고 그 의사와 관계를 가졌으나 사건 당일엔 프로포폴이 없어 다른 약품 10여가지를 섞어 주사했다고 한다.

올 1~7월 관세청의 마약적발건수는 145건 194억원으로 작년보다 45% 늘었다. 살균제, 소독약 등으로 속여 특송화물로 소량씩 들여오는 사례가 많아 단속이 어려운 모양이다. 환각효과가 일반 대마의 5배인 합성대마 ‘스컹크’ 등 신종마약 반입도 증가추세다. 프로포폴 같은 향정신성의약품 의존환자는 얼마나 되는지 통계조차 없다. 우리나라가 마약청정국이라지만 이미 빨간불이 켜진 것 같다.

이정환 논설위원 jh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