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기회가 있는 곳에 투자한다. 지금 기회는 유럽에 있다.” 리카싱 청쿵그룹 회장은 최근 기자회견에서 이렇게 말했다.

리 회장은 아시아 최고, 세계 아홉 번째 부자로 255억달러(약 25조원)의 재산을 갖고 있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12일 최근 인프라를 비롯한 유럽 자산에 돈을 쏟아붓고 있는 리 회장의 투자전략을 소개했다.

리 회장은 유럽 재정위기가 본격화한 2010년 이후 유럽 인프라 투자를 계속해왔다. 2010년 전력공급사인 UK파워네트워크를 91억 달러에 샀고, 지난해 영국 최대 물 기업인 노섬브리안워터를 40억 달러에 매입했다.

지난달 말 영국 가스 공급의 25%를 차지하고 있는 회사인 웨일스앤드웨스트유틸리티를 약 77억 달러에 사들였다. 이 밖에 영국 맨체스터공항을 매입하기 위해 인수전에 뛰어들었고 오스트리아 통신사 인수도 추진하고 있다.

FT는 “과거 홍콩에서 저가 자산을 매입해 그룹을 키운 리 회장이 유럽에서도 같은 전략을 쓰고 있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그는 1967년 홍콩에서 반영(反英) 폭동이 일어나 자산가치가 폭락했을 때 부동산을 집중 매입해 돈을 모았다.

재정난에 허덕이는 유럽 국가들이 싼값에 국영자산을 내놓으면 재빨리 사들이는 것이 그의 특기다. 저리로 자금을 빌리기 쉽다는 것도 최근 투자를 늘린 이유 중 하나다.

리 회장이 이끄는 허치슨왐포아그룹은 올해 총 50억 달러 규모의 회사채를 발행했다.

유럽 재정위기를 기회로 삼는 투자자는 리 회장뿐 아니다. 세계 최고 부자인 멕시코의 카를로스 슬림 텔멕스텔레콤 회장도 최근 오스트리아와 네덜란드 통신사의 지분을 잇따라 매입했다.
남윤선 기자 inkling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