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7일간 지구촌을 달궜던 런던올림픽의 성적은 스포츠 투자가 갈랐다. 미국 중국 영국은 메달 종합순위 1, 2, 3위에 오르며 웃음짓고 있다. 이들 세 나라는 막대한 자금을 스포츠 분야에 집중해 메달을 쓸어담았다. 반면 재정위기를 겪은 국가들은 초라한 성적표에 울상이다.

◆미국·영국, 막대한 투자가 성적에 직결

美, 年 1232억원 투자해 1위 탈환…지원 줄인 PIGS는 메달수 '뚝'
미국이 8년 만에 중국을 제치고 종합순위 1위를 탈환할 수 있었던 원동력은 스포츠 분야에 대한 적극적인 투자였다. 미국올림픽위원회는 매년 1억900만달러(약 1232억원)를 선수 육성과 훈련시설 건립에 투자해왔다. 이는 런던올림픽에서 금메달 46개, 은메달 29개, 동메달 29개를 따내며 1984년 LA올림픽 이후 가장 많은 금메달을 따내는 성적으로 돌아왔다. 2008~2011년 종목별로 수영에 총 1067억달러, 육상에 1042억달러, 체조에 721억달러를 지원했다. 그 결과 수영에서만 16개의 금메달을 따냈고, 육상에서 9개, 체조에서 3개의 금메달을 건졌다.

개최국으로서 3위에 오르며 기염을 토한 영국은 1996년 애틀랜타올림픽에서 금메달 1개에 그친 뒤 복권에서 발생한 수익을 전액 엘리트 스포츠 선수 육성에 쓴 효과를 봤다. 대규모 투자 직후 2000년 시드니올림픽에서 영국은 1920년 이후 처음으로 11개의 금메달을 따냈다. 이번 런던올림픽을 준비하며 2억6400만파운드(약 2985억원)를 투입해 금 29개, 은 17개, 동 19개의 사상 최고 성적을 거뒀다.

투자를 가장 많이 한 조정(2730만파운드)에서 금 4개, 사이클(2600만파운드)에서 금 8개, 육상(2500만파운드)에서 금 3개를 획득했다. 영국이 딴 전체 메달의 70%가 이들 3종목에서 나왔다. 투자가 곧 성적으로 직결된다는 것을 증명한 것이다.

중국 정부도 2000년 시드니올림픽 이후 ‘프로젝트 119’라는 장기 지원을 시작했다. 특히 수영 체조 역도 등에 집중됐다. 런던올림픽에서 수영 2관왕에 오른 쑨양의 기량을 끌어올리기 위해 지난 2년 동안 들어간 자금은 총 157만달러(약 18억원)에 이른다.

박종성 한양대 스포츠산업마케팅센터 연구원은 “이들 국가 외에도 호주와 일본 등은 정부가 직접 스포츠에 투자해 올림픽에서 성공을 거뒀다”며 “국민적 관심과 국가적 투자 없이는 엘리트 스포츠가 성장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경제위기 PIGS는 성적 부진

재정위기를 겪으며 구제금융까지 받은 유럽의 PIGS 국가(포르투갈·아일랜드·그리스·스페인)는 스포츠 분야 투자가 줄면서 이번 런던올림픽에서 부진을 면치 못했다. 이들 4개국이 딴 메달은 금메달 4개 포함 총 25개다. 2008년 베이징올림픽 때는 금 6개(총 27개)를 땄다.

그리스는 유럽 국가 가운데 처음으로 체육예산을 줄였다. 그리스올림픽위원회는 당초 런던올림픽을 준비하며 2008~2012년 정부로부터 3000만유로(약 417억원)의 자금 지원을 기대했다. 하지만 재정위기가 터지면서 정부는 초기에 800만유로(약 111억원)를 지원한 뒤 지원을 끊어버렸다. 계획된 지원 규모의 73%를 삭감한 것. 모자란 자금을 민간 기업들로부터 충당하려고 했지만 턱없이 부족했다. 그리스는 런던올림픽에 베이징 때보다 50명 줄어든 102명의 선수를 파견하는 데 그쳤다. 코칭 스태프와 의료진도 줄어들면서 성적도 크게 떨어졌다. 베이징 때 총 4개의 메달을 땄던 그리스는 런던에서 동메달 2개를 획득하는 데 그쳤다.

美, 年 1232억원 투자해 1위 탈환…지원 줄인 PIGS는 메달수 '뚝'
포르투갈은 그나마 사정이 나은 편이다. 정부는 선수 훈련 예산으로 책정한 1460만유로(약 203억원)를 약속대로 집행했다. 하지만 나머지 선수단 지원 분야 자금을 충분히 확보하지 못해 지원이 부실해졌다. 포르투갈의 조정 코치인 마르쿠스 엠케는 지난해 10월 이후 자국 조정연맹에서 급여를 받지 못하고 있다. 엠케는 “일이 재미있고 챔피언을 길러낸다는 자부심이 있어서 한다”면서도 “급여는 받길 원한다”고 속내를 털어놨다.

긴축 정책을 펴면서 체육 예산을 줄이기 시작한 이들 국가의 체육인들은 2016년 브라질 리우데자네이루올림픽을 앞으로 어떻게 준비할지 걱정이다.

서기열 기자 philo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