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LPGA투어 제이미파톨레도클래식(총상금 130만달러)은 한국과 인연이 깊다. 1998년 박세리가 첫승을 올린 이후 지난 13년간(2011년은 열리지 않음) 총 8차례 우승컵을 한국 선수들이 차지했다. 이번에는 ‘세리 키즈’인 유소연(22)이 정상에 오르며 강세를 이어갔다.

13일(한국시간) 미국 오하이오주 실베니아의 하이랜드메도우즈GC(파71·6428야드)에서 열린 대회 4라운드. 현재 미 투어에서 가장 실력이 출중한 ‘국내파’ 4명인 유소연, 신지애(24), 서희경(26), 김인경(24) 등이 공동선두에 포진했다.

박진감 넘치는 승부를 예상했으나 결과는 유소연의 몰아치기가 나오면서 싱겁게 막을 내렸다. 유소연은 이날 보기 없이 18개홀의 절반인 9개홀에서 버디를 노획하는 ‘슈퍼샷’을 뽐내며 완승을 거뒀다. 합계 20언더파 264타를 적어낸 유소연은 2위 안젤라 스탠퍼드(미국)를 7타차로 따돌렸다. 우승 상금은 19만5000달러.

유소연은 5번홀까지 2타를 줄이며 선두로 치고 나가더니 9번홀부터 14번홀까지 6개홀 연속 버디를 잡아내 사실상 우승을 확정지었다. 18번홀(파5)에서 나온 버디는 갤러리들을 위한 서비스였다.

유소연은 “전반에 버디 찬스를 많이 놓쳤는데 9번홀에서 긴 버디 퍼트가 들어간 뒤 자신감이 붙기 시작했다. 6연속 버디를 하고 난 뒤 15~17번홀에서 파를 했는데 보기를 하는 기분이었다”고 말했다.

지난해 US여자오픈을 제패한 유소연은 올해 LPGA투어 정규멤버로 입회한 뒤 첫승을 올렸고 신인왕 포인트에서도 150점을 보태 2위 렉시 톰슨(미국)에게 403점 앞서며 격차를 더욱 벌렸다.

한국 선수들은 지난 7월 US여자오픈(최나연)을 시작으로 에비앙마스터스(박인비)에 이어 3개 대회 연속 우승을 차지했다. 시즌 첫 메이저대회인 나비스코챔피언십(유선영)까지 포함하면 시즌 4승을 합작했다.

박인비(24)와 최운정(22)은 2타를 줄여 합계 12언더파 공동 3위에 이름을 올렸다. 김인경(24)은 타수를 줄이지 못해 재미교포 제니 리(26)와 합계 11언더파 공동 5위, 1타를 잃은 신지애(24)는 합계 10언더파 공동 7위, 2타를 까먹은 서희경은 합계 9언더파 공동 9위에 머물렀다.

[일문일답] "연재와 SNS로 서로 격려 … 우승에 큰 도움"

“이번 대회 기간 런던올림픽에 출전한 (손)연재와 SNS로 대화를 많이 나눴어요. 서로에게 큰 힘이 돼서 우승까지 하게 됐어요.”

유소연(22)은 경기 후 런던올림픽에서 환상적인 리듬체조 연기를 선보인 손연재(18)의 덕을 봤다고 공개했다. 유소연은 손연재와 같은 매니지먼트사인 IB스포츠 소속으로 이전부터 언니, 동생 사이로 우정을 나눴다. 둘은 같은 멘탈 코치(조수경 박사)를 두고 있기도 하다.

▷오늘 우승에 도움을 준 사람이 있는가.

“런던올림픽에 출전한 손연재와 친해 SNS로 대화를 자주 한다. 연재가 결선에서 중간 순위 3위까지 올라가니 메달에 욕심을 내 곤봉에서 실수를 저질렀다고 한다. 이 얘기를 듣고 나도 우승에 욕심을 부리지 말고 경기에만 집중하자고 생각했다.”

▷오늘 버디 9개를 잡아내는 등 맹타를 휘둘렀다.

“샷 감각이 너무 좋았다. 3번홀과 5번홀에서 버디를 잡았지만 그외의 홀에서는 버디 기회를 놓쳐 아쉽기는 했다. 하지만 파4인 9번홀에서 10m짜리 버디 퍼트를 넣으면서 자신감이 생겼다. 이 홀을 포함해 6개홀 연속 버디를 잡아 기분이 너무 좋았다.”

▷유난히 몰아치기에 능한 것 같다. 비결이 있는가.

“경기에 들어가면 전체 코스보다 매홀에 집중한다. 어떤 때는 내가 몇 타를 치고 있는지도 모르고 경기할 때가 많다. 그래서 연속 버디 같은 것이 많이 나오는 것 같다.”

▷이번 우승으로 신인왕이 더욱 가까워졌다.

“이번 시즌 목표를 신인왕으로 잡았기 때문에 꼭 달성하고 싶다. 하지만 아직 많은 대회가 남았으니 마음을 놓지 않겠다.”


한은구 기자 toh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