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교음악의 대곡으로 유명한 것들은 미사곡이거나 수난곡 계통이 많다. 이 곡들은 지나치게 엄숙한 것으로 비치기도 한다.

프란츠 요제프 하이든의 오라토리오 ‘천지창조’(1799)는 예외다. 1부는 우주와 자연의 창조, 2부는 생명체의 창조, 3부는 낙원의 아담과 이브를 그리고 있기에 거의 모든 부분이 화사하고 힘찬 분위기로 가득하다. 그런가하면 아담과 이브의 이중창은 순수한 사랑의 극치에 이르고 있다. 진화론자라도, 기독교인이 아닐지라도 대자연과 인류 탄생의 역사에 경외감을 느끼도록 이끌 만한 수작이다.

광복절이다. 짧은 기간에 경이로운 압축성장을 거듭한 우리의 현대사가 천지창조의 과정과 닮아 보이기도 한다. 그러나 자화자찬만 할 수는 없다. 우리가 도달하고자 하는 낙원과 현실의 모습은 아직도 엄청난 거리가 있어 보이지 않는가.

유형종 < 음악·무용칼럼니스트, 무지크바움 대표 >